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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 싹 갚아드립니다…美, 취약지 의사 부족 대응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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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국가 면적이 넓은 미국은 시골 지역일수록 의사가 부족하다. 한국과 사정이 비슷하다. 미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자원·서비스국(HRSA)은 공중보건법에 따라 의료 취약 지역을 지정하는데, 최신 데이터에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억2000만명이 ‘1차 진료의 부족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농촌 지역의 약 65%가 1차 진료의 부족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에 미국 정부는 지역 의사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1972년 도입된 ‘국가 보건의료 지원단’(NHSC) 프로그램이다. HRSA가 시행하는 이 제도는 의료인 부족 지역에 근무하는 의사에게 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상환 등의 경제적 보상을 부여한다. 최대 4년간 장학금을 받는 대가로 장학금 수여 기간만큼 시골 보건소 등 의료취약지 내에 지정된 기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식이다. 대출 상환 프로그램을 택하면 초기 2년간 근무 시 최대 5만 달러(약 6600만원)까지 학자금 대출을 갚아주며, 이후에도 근무를 지속하면 전체를 상환 받을 수도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총 4만8000여명이 NHSC 프로그램을 통해 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상환 혜택을 받았다. 이 제도 지원을 받은 의사에게 치료받은 환자는 2021년 기준 2360만명에 달했다. 마이클 딜 미국의학대학협회(AAMC) 인력연구 이사는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는 여러 의료 인력을 취약지에서 일하도록 하는 데 매우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2010년 도입된 ‘보건소 전공의 수련’(THCGME) 프로그램도 지역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된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전공의가 병원이 아닌 지역 보건소 등 1차 의료기관에서 수련을 받고 연방정부 예산으로 수련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전공의 수련 단계에서 지역에서 일하는 경험을 쌓게 함으로써 전문의 취득 후 지역에 남게 유도한다.

HRSA는 2023~2024학년도에 81개소의 지역사회 기반 의료기관에 총 1억7500만 달러(약 2310억원)를 지급해 전공의 1096명의 수련을 지원했다. 지난해 기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공의에게 치료받은 환자는 79만2000명이다. 이 제도의 비용 효율성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그램을 마친 전공의 60% 정도가 시골이나 의료 소외 지역에 남아 미국 보험청(CMS) 예산을 최대 18억 달러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

이밖에도 미 의회에는 의료 소외지역에 의사를 늘릴 아이디어가 담긴 법안 여럿이 발의돼있다. 가령 ‘콘래드 30’ 법안은 의료취약지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등 특정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미국은 이미 전체 의료 인력의 4분의 1 가량이 이민자 등 외국 출신인데, 복잡한 영주권 취득 과정을 간소화해 의사 부족을 해소하려는 구상이다. 제시 에렌펠 미국의사협회(AMA) 회장은 지난 10월 연설에서 “해외에서 수련 받은 의사들이 미국에서 의술을 펼치기 위해서는 영주권 발급 지연과 같은 거대한 장애물을 마주해야 한다”며 발급 간소화를 촉구했다.

☞1차 의료(primary care)=지역사회 주민과 1차적으로 접촉하며 기초적인 질병 진단과 치료, 예방을 위한 건강증진, 큰 병원 전원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의료를 말한다. 주치의 또는 단골의사와 비슷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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