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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환, LIV서 두 시즌…“10여년 투어비용 만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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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재미교포 프로골퍼 김시환. 그는 2년간 LIV 리그에서 뛰며 56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출전권을 따기 위해 LIV 프로모션스에 출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성호준 기자

재미교포 프로골퍼 김시환. 그는 2년간 LIV 리그에서 뛰며 56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출전권을 따기 위해 LIV 프로모션스에 출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성호준 기자

지난 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골프장 내의 드라이빙 레인지.

재미교포 출신 프로골퍼 김시환(35)은 주황색 알파벳 I와 H를 합성한 아이언헤드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샷을 가다듬고 있었다. 아이언헤드는 또 다른 재미교포 케빈 나가 캡틴을 맡고 있는 LIV 골프 12개 팀 중 하나다.

김시환은 지난해 창단 멤버로 아이언헤드 팀에 합류한 이후 두 시즌 동안 LIV 골프에서 뛰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내년도 출전권이 걸린 LIV 프로모션스 대회에 도전했다. 내년에도 LIV에 남기 위해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2라운드에서 2오버파를 기록하면서 탈락했다.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시환은 12세이던 2000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타이거 우즈가 그랬듯 15세에 US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우즈처럼 스탠퍼드대에 다녔다. 키 1m88㎝에 장타를 치는 점도 우즈와 비슷했다. 여자골퍼 미셸 위와는 대학 동기다.

스탠퍼드대에서 김시환은 팩10 리그(미국 서부지역 대학리그) 신인상을 탔다. 타이거 같은 삶을 기대했지만, 대학 졸업 후 잘 풀리지 않았다. 2011년 유럽 2부 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유러피언 투어(현 DP 월드투어)에 잠시 올라갔다가 2017년 아시안 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지난해 초부터 김시환의 퍼트가 부쩍 좋아졌다. 그 덕분에 지난해 상반기 아시안 투어에서 2승을 기록했다. 사우디가 오일달러를 퍼부은 LIV는 PGA 투어에 대항하기 위해 아시안 투어 상위 선수들에게 특전을 줬다. 그 덕분에 김시환은 LIV에 입성했다. LIV 원년 멤버 중 김시환이 최고 행운의 선수로 꼽혔다.

첫해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LIV 방콕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시즌 랭킹 2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3시즌 개막전인 마야코바 대회에선 3라운드 합계 23오버파를 기록했다. 보스턴 대회에서는 한 라운드에 무려 87타를 치기도 했다.

김시환은 “샷이 양편으로 들쭉날쭉했다. 샷에 신경 쓰다 보니 퍼트도 망가졌다. LIV는 팀 대항전으로도 열리는데 팀 동료에 누가 될까 봐 압박감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10일 끝난 프로모션스 경기를 통해 내년도 출전권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시환은 LIV에서 2시즌 동안 약 56억원을 벌었다고 알려졌다. 그는 “LIV에서 보낸 두 시즌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10여년 동안 투어 생활을 하며 돈을 많이 썼는데 LIV에서 다 만회했다. 내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려 노력한 케빈 나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주니어 시절 잘나가다 20대 이후에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골퍼는 부지기수다. 김시환도 슬럼프를 겪었지만, 10년 넘게 버틴 끝에 LIV라는 기회를 잡았다. 김시환은 “성적이 좋아지는 시점에 LIV가 생겨서 그 결실을 누렸다. 마치 영화 시나리오처럼 착착 들어맞았다”며 “앞으로 아시안투어에서 뛰면서 LIV에 돌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존 람

존 람

◆존 람, LIV행…한국선수 8명 입성 실패=한편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인 존 람(스페인)은 지난 8일 LIV로 이적했다. 람이 이적료 조로 받은 돈은 4억~6억 달러(약 792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8일부터 10일까지 아부다비에서 내년 LIV 출전권을 걸고 열린 LIV 프로모션스에 참가한 함정우·고군택·정찬민 등 한국 선수 8명은 모두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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