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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합격 절반은 수강생"…눈길 끈 유명 학원, 허위 광고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합격자 수를 부풀리며 학원 실적을 과장 광고하는 등의 행위를 한 입시학원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억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메가스터디·시대인재·대성학원 등 대형 입시학원 대다수가 수강생·합격생 정보를 과대 포장하며 수강생을 현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면서 광고까지도 과장해 경쟁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지난 6월 29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지난 6월 29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사교육업계 과징금 18.3억원 부과

공정위는 9개 입시학원·출판사의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대해 과징금 총 18억30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린다고 10일 밝혔다. 대표적인 허위 광고는 합격자 수 부풀리기다. 시대인재는 재수종합반 모집 광고를 하면서 “메이저 의대 정시 정원 2명 중 1명은 시대인재N”이라는 문구로 수강생을 끌어모았다. 이 광고 문구의 근거는 실제 실적이 아닌 학원 자체적으로 판단한 예상 합격 인원이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메가스터디교육은 논술 강의를 홍보하면서 강의 계획서에 “매년 현장 수강생 50명 이상 합격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실제 연간 합격생은 최대 15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엠교육은 “최다 1등급 배출”, “대치동 1위”와 같은 광고를 근거 없이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박사 31명이라더니 1명뿐

교재 집필진의 경력도 믿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메가스터디는 교재 집필진이 수능 검토위원 경력만 있어도 수능 문제를 직접 낸 것처럼 표시했다. 이투스교육은 교재 저자가 수능에 7번 참여한 출제위원이라고 광고했는데, 실제 참여경력은 3회였다. 상상국어모의고사를 출판하는 이매진씨앤이는 수능 출제위원 경력을 8회로 홍보했는데 역시 실제 경력은 3회에 불과했다.

이감국어연구소의 모의고사 문제집 광고. 다수의 박사급 연구진이 문제 개발에 참여한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 박사 경력자는 1명이었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이감국어연구소의 모의고사 문제집 광고. 다수의 박사급 연구진이 문제 개발에 참여한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 박사 경력자는 1명이었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메가스터디교육은 강사의 교재가 “평가원 시험 출제위원에게 자문을 받았다”고 홍보했으나 실제론 그런 사실 자체가 없었다. 이감국어연구소는 자신의 모의고사가 문학 전공 박사 15명, 비문학 전공 박사 16명에 의해 제작된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제 연구진 중 박사 경력을 가진 사람은 1명뿐이었다. 검토·연구진 등은 공개되지 않아 검증이 어렵다 보니 이처럼 근거도 없이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공정위는 일부 사교육업체가 수강생이 필요하지 않은 교재를 ‘끼워팔기’ 했다는 혐의 등에 대해서도 조만간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학원이나 출판사가 수험생을 유인하기 위해 부당한 표시·광고를 가지고 경쟁하는 게 뿌리 깊은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도 사교육 시장에서의 부당 광고를 지속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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