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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기술로 돈 벌게 하자”…최태원, 亞최초 ‘자발적 탄소시장’ 연합구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환경을 지키는 탄소중립이 지구적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SK가 아시아 최초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 연합을 만들었다.

SK그룹은 지난 8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술 기반의 사전 거래 탄소배출권 시장 연합’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SK(주), SK E&S,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탄소감축인증센터를 비롯해 에코시큐리티·신한투자증권·PwC컨설팅·한국수력원자력·서울대 기후테크센터 등 11개 기관이 참여했다.

SK그룹은 지난 8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술 기반의 사전 거래 탄소배출권 시장(EPCM) 연합' 구축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식을 열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하는 참석자들. 사진 SK

SK그룹은 지난 8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술 기반의 사전 거래 탄소배출권 시장(EPCM) 연합' 구축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식을 열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하는 참석자들. 사진 SK

탄소 절감 효과 낮은 ‘규제시장’ 

탄소시장은 크게 ‘규제시장’과 ‘자발적 시장’으로 나뉜다. 한국에도 있는 탄소배출권거래소는 대표적인 규제시장으로, 정부가 탄소를 많이 내뿜는 기업들에 대해 허용 상한을 정하고 탄소배출권을 할당한다.

하지만 기업들이 배출권으로 상쇄할 수 있는 양에 제한이 있어 거래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실제 KBD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규제시장을 통해 감축(상쇄)되는 온실가스는 올해 11월 기준으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7.6%에 그친다.

이에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이 부상하고 있는데, 이번에 SK가 결성한 연합체도 여기에 속한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배출량 감축의무가 없는 개인·기업·정부·비영리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탄소감축 프로젝트에 참여해 탄소 크레딧(credit)을 만들어 거래하는 민간 탄소시장이다. 탄소 크레딧이란 특정 프로젝트(사업)로 만들어지는 온실가스(탄소) 배출 삭감과 흡수량을 화폐로 가치화한 ‘상품’으로, ‘1크레딧=1이산화탄소 환산t(감축량)’이며 배출 상쇄 한도가 없다.

“기술로 친환경 시대 기회잡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2021년, SK그룹 ‘CEO(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2030년 전 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t)의 1%인 2억t의 탄소를 SK그룹이 줄여보자”고 제안했다.

이후 대한상의에 ‘탄소감축인증센터’를 설립하고, 기업이 제품·기술·서비스를 통해 탄소를 제대로 절감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지 평가하는 ‘대한상의 탄소감축인증표준’을 마련했다. 이번 연합체 구성으로, 약 1년 만에 한국 중심의 자발적 탄소 시장 플랫폼이 가시화한 셈이다.

SK가 구성한 자발적 탄소시장은 나무심기 사업 등이 아닌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 수소에너지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의 기술을 한국 기업들의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기술기반의 사전거래 탄소배출권 시장 구조〉 

사진 SK

사진 SK

구체적으론 ▶탄소감축 기술을 가진 기업이 프로젝트를 제출하면 ▶대한상의 인증센터가 심사해서 EPC(환경보호크레딧)를 발행하고 ▶탄소배출권이 필요한 기업들이 EPC를 구매한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기업이 탄소감축 기술 프로젝트에 성공하면 ▶인증센터가 EPC를 탄소배출권으로 교환해주고 ▶목적에 맞게 쓰인 배출권은 최종 소각되는 구조다.

탄소감축 기술이 있는 기업은 이를 상용화할 자금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고, 수요자(오염배출 기업)는 구매한 EPC를 탄소배출권으로 바꾸거나 팔아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4월28일 열린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4월28일 열린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최 회장은 지난 4월 한 세미나에서 “탄소중립을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아닌 경제 도약의 새로운 기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에 참여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자”고 주장했다.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트로브리서치는 최근 10년간 세계 자발적 탄소배출권 프로젝트에 360억 달러(약 48조원)가 투자됐는데, 작년 한 해 투자액만 75억 달러(약 10조원)라고 밝혔다.

김무환 SK(주) 그린투자센터장은 “내년에 연합체를 공식 출범시키고 첫 EPC를 발행할 계획”이라며 “세계 탄소의 60%가 발생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기술과 인증 전문성을 기반으로 배출권 발행·거래 실적을 확보한 뒤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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