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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배제 아이러니…만점·최고점 모두 '킬러 학원'서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입시학원 시대인재의 홈페이지에 자원 출신 학생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았음을 알리는 공지가 올라와있다. 사진 시대인재 홈페이지 캡처

9일 입시학원 시대인재의 홈페이지에 자원 출신 학생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았음을 알리는 공지가 올라와있다. 사진 시대인재 홈페이지 캡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유일한 전 과목 만점자는 물론, 표준점수 최고 득점자도 ‘킬러 문항’을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유명 입시학원 출신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수능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은 경기 용인시 한국외국어대 부설 고등학교(용인외대부고) 졸업생 유리아씨와 표준점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대구 경신고 졸업생 이동건씨 모두 서울 강남에서 2010년부터 급성장한 입시학원 ‘시대인재’ 출신이었다.

이씨는 탐구 과목에서 표준점수가 높은 ‘화학Ⅱ’와 ‘생명과학Ⅱ’를 응시해 생명과학Ⅱ에서 한 문제를 틀렸음에도 표준점수로는 전국 최고점(449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국어 ‘언어와 매체’, 수학 ‘미적분’, 탐구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을 응시해 표준점수 435점을 받았다. 표준점수는 자신의 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졌는지 나타내 시험이 어려울수록 점수가 더 높아진다. 이씨가 전 과목 만점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교육 당국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워 출제한 수능에서 대치동 재수학원 수강생들이 가장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점이 공교롭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인별 성적표가 교부된 8일 오전 대구 중구 남산동 경북여자고등학교에서 성적표를 받은 고3 수험생들이 자신의 수능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인별 성적표가 교부된 8일 오전 대구 중구 남산동 경북여자고등학교에서 성적표를 받은 고3 수험생들이 자신의 수능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시대인재는 명문대 신입생들이 만든 킬러 문항을 수강생들에게 반복 학습시켜 이름을 알린 곳이다.

이번 수능의 채점 결과가 공개된 이후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킬러 문항이 있던 과거 ‘불수능’ 이상으로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상위권 변별에는 성공했지만, 어려워진 수능에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 의존도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애초에 킬러 문항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느낀 이들도 많았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교사 22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올해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없어졌느냐’는 질문에 75.5%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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