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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인가 예술인가, COP28서 물 부족 일깨운 ‘7분 매직’ : 구글·NASA 협업 강이연 카이스트 교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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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8호 16면

NASA 위성 데이터로 미디어아트 만든 강이연 교수

이것은 예술인가, 과학인가, 교육인가? 지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는 체험형 미디어아트 작품 한 점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나사)의 수장부터 남미와 호주의 토착민까지 많은 관람객을 모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카이스트 교수인 젊은 한국인 아티스트 강이연(41)의 작품이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개최되는 동안(12일까지) 회의장 인근에 빅테크 기업 구글이 마련한 파빌리온에서 전시되고 있다. ‘패시지 오브 워터(Passage of Water)’라는 제목으로, 인류의 물 부족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급박하다는 것을 7분 가량의 영상으로 일깨워준다.

두바이서 ‘패시지…’ 미디어아트 전시

자신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상영 중인 UAE 두바이 파빌리온 앞에 서있는 강이연 카이스트 교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기간 동안 선보이는 작품이다. [사진 강이연 스튜디오]

자신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상영 중인 UAE 두바이 파빌리온 앞에 서있는 강이연 카이스트 교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기간 동안 선보이는 작품이다. [사진 강이연 스튜디오]

작품은 먼저, 지구의 71%가 바다로 덮여 있는데도 우리가 먹고 씻을 수 있는 담수(淡水)는 전체 물의 3.5%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름다운 물방울과 지구의 이미지로 보여준다. 다음에는 나사의 2개 위성 데이터를 시각화해서 (data visualization) 전세계 담수가 최근 기후 변화로 얼마나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특히 2개 위성 중 2022년에 발사된 스왓(SWOT) 위성의 데이터는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2050년에 무려 인류의 3분의 2가 겪게 될 물 부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간단한 게임을 통해 제시한다.

카이스트 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인 강 작가는 구글의 기후 데이터 기반 아트 프로젝트에 초청 받아 구글 및 나사와 협업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 Culture) 플랫폼에도 웹아트(Web art) 형태로 올라가 있어서 (https://experiments.withgoogle.com/passage-of-water)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체험해볼 수 있다. 간단한 클릭으로 영상의 진행에 개입하는 구조라서 몰입하기 쉽고 내용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총회에 참석하는 각국의 관료와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총회 기간 동안 시위 등을 통해 기후 변화 고통을 호소하러 온 여러 지역의 토착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토착민 중 어떤 분들이 (작품에서 물 부족 상황을 데이터 시각화한) 세계지도를 가리키며 ‘봐요, 내가 저 지역에서 왔어요. 우린 정말 물이 없어요.’라고 하더군요.” 강 작가는 두바이에서 귀국한 7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COP28 파빌리온에서 강이연의 체험형 미디어아트 '패시지 오브 워터'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 [사진 강이연 스튜디오]

COP28 파빌리온에서 강이연의 체험형 미디어아트 '패시지 오브 워터'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 [사진 강이연 스튜디오]

COP28 파빌리온에서 강이연의 체험형 미디어아트 '패시지 오브 워터'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 세계 최초로 나사(NASA)의 최첨단 스왓(SWOT) 위성의 데이터를 이용한 장면이다. [사진 강이연 스튜디오]

COP28 파빌리온에서 강이연의 체험형 미디어아트 '패시지 오브 워터'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 세계 최초로 나사(NASA)의 최첨단 스왓(SWOT) 위성의 데이터를 이용한 장면이다. [사진 강이연 스튜디오]

그에 못지 않게 이 작품에 호응하는 사람들은 협업 당사자인 나사 관계자들이다. 나사는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 계정에 나사 수장인 빌 넬슨 국장이 전시장을 방문해 강 작가와 대화하는 사진, 나사의 지구과학 부서장인 캐런 저메인 박사가 강 작가와 토크하는 사진 등을 지난 6일과 7일에 올렸다. “이 분들 외에도 위성 담당자 등 나사 과학자들이 전시장을 많이 찾아왔고 그들로부터 ‘정말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보여줄 수 있구나. 우리가 하는 과학을 이렇게 예술로 보여줄 수 있구나’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강 작가는 말했다.

과학자들의 감사 인사에는 이유가 있다. 작품 결과물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지만, 그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강 작가는 이 작업을 위해 30편이 넘는 관련 논문을 읽고 김형준 교수 등 카이스트 동료들의 자문을 구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작품의 스토리를 짜고 이미지 구현을 위해 영화감독이 하듯 스토리보드를 그려 나갔다. 구글 및 나사 관계자들과 수많은 화상회의를 해서 과학적·기술적 검증을 거쳤다.

“정말 힘든 리서치와 엄청난 데이터를 근거로 한 작업이지만 관람객들이 보는 것은 직관적이고 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되더라고요. 이게 너무 기뻤어요.”

웹 아트도 제작, 누구나 체험 가능

작품의 마지막에서 두 가지로 압축한 해법, 해수 담수화(desalination)과 빗물 모으기(rainwater harvesting)를 제시하는 것도 작가의 생각이다. “해수 담수화는 원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담수화는 사실 화석연료가 많이 들어가고 오염물질인 고농축 소금물이 생성되고 비용이 많이 들어요. 좀 더 친환경적인 해법을 찾던 중에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자문을 구해서 그쪽에서 제안한 것이 빗물 모으기입니다. 영상에서 집 지붕을 강조한 이유가, 지붕에서 빗물 모으는 것이 가장 쉽고 돈이 크게 안 드는 기술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최근 기후 변화 때문에 (2022년 파키스탄 폭우 사태처럼) 비가 안 오던 곳에 폭우가 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더 적용해 볼 수 있는 기술이 된 거죠. 하지만 담수화에 이미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도 많기에 담수화도 너무 부정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어요.”

COP28 파빌리온에서 강이연의 체험형 미디어아트 ‘패시지 오브 워터’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 인류 물 부족 위기에 대한 두 가지 해결책 중 빗물 모으기(rainwater harvesting)을 게임으로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 강이연 스튜디오]

COP28 파빌리온에서 강이연의 체험형 미디어아트 ‘패시지 오브 워터’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 인류 물 부족 위기에 대한 두 가지 해결책 중 빗물 모으기(rainwater harvesting)을 게임으로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 강이연 스튜디오]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이 작품을 심도 있게 소개하면서 “강 작가는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에서 정보 경험 디자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러한 배경은 물방울이 팽창하고 수축하는 풍부한 디지털 풍경, 나사의 수문학(hydrology·물을 연구하는 학문) 데이터의 복잡한 시각화, 담수 위기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의 비디오 게임 같은 생동감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잘 드러난다”고 평했다.

포브스 기사가 시사하는 것처럼, 이 작품의 힘은 강 작가가 구글 및 나사와 협업을 하면서도 기술·과학 부분을 그들에게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을 완전히 이해하고 테크놀로지를 직접 운용한 것에서 비롯된다. 강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1년 동안 과학의 거인 나사와 테크놀로지 거인 구글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것이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웠습니다. 구글은 그들의 온라인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완벽한 판을 깔아줬고, 나사는 세계 최초로 스왓 위성 데이터를 사용하게 해주는 등 데이터를 주었지만, 작품의 스토리라인, 비주얼, 메시지 등에 전혀 간섭하지 않았어요. 회의를 하며 검증을 해주고 ‘이게 좀 더 좋지 않을까’ 식으로 제안을 해주는 정도였죠. 작업이 전개되어가면서 더욱 신뢰를 보여주고 적극 프로모션을 해주었죠. 그러니 기쁘면서도 더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2020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커넥트 BTS' 서울 전시에서 강이연 작가의 'BEYOND THE SCENE' 작품. 권혁재 기자

2020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커넥트 BTS' 서울 전시에서 강이연 작가의 'BEYOND THE SCENE' 작품. 권혁재 기자

강이연의 2021년 '앤트로포즈' 전시. PKM갤러리 [강이연 스튜디오]

강이연의 2021년 '앤트로포즈' 전시. PKM갤러리 [강이연 스튜디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강이연의 미디어아트 작품 'Only in the Dark'가 시카고의 아이콘인 거대 건물 ‘머천다이즈 마트’ 외벽에 프로젝팅되고 있다. [PKM갤러리]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강이연의 미디어아트 작품 'Only in the Dark'가 시카고의 아이콘인 거대 건물 ‘머천다이즈 마트’ 외벽에 프로젝팅되고 있다. [PKM갤러리]

강 작가는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융합적·다학제적 미디어아트에 관심이 많아 미국 UCLA와 영국 RCA에서 관련 석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11월에는 세계 최대 디지털 아트 플랫폼인 미국 시카고 ‘아트 온 더 마트(Art on the Mart)’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 받아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시카고의 아이콘인 거대 건물 ‘머천다이즈 마트’ 외벽에 프로젝팅했다. 동시대미술이 개념에 치중하고 기술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 달리 강 작가는 개념과 기술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다. RCA에서 카이스트 교수직으로 옮긴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대중과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섭적인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선호한다.

이번 작품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으리라는 질문에 강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저도 제가 만든 것이 예술인가 교육인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예술이 일반 사람들로부터 점점 괴리되는 것이 싫었고 특히 ‘커넥트 BTS’ (2020년 방탄소년단이 공동 기획하고 지원한 국제적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해 관람객의 호응을 보면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어요. 여기 COP28에서도 관람객 대다수가 예술이 뭔지, 미디어아트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이게 뭐야, 이거 우리 이야기네’ 이렇게 흥미로워하고 공감한단 말이죠. 그게 예술이 아닌가요.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이 인류 환경을 어떻게 바꾸는지 눈에 보였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로 오면서 눈으로 보기 힘들게 되었어요. 모든 것이 고도화되고 복잡도가 높아지면서 인류가 창조하고 초래한 것들을 인류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가고 있어요. 기후 위기도 그렇습니다. 데이터가 나와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려워요. 이런 때 필요한 것이 창의적으로 다리를 놓아주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다른 분야와 분리되고 자기목적적인 ‘예술을 위한 예술’만이 예술이라는 관념은 근대에 생긴 ‘모던적’ 관념이다. 그 이전에는 과학과 예술을 결합하고 해부학 노트를 쓴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융합적이고 지식전달적인 예술가가 많았다. ‘모던 이후’의 시대, 다시 ‘르네상스 인간’형 예술가가 출현하고 있고 강 작가도 그 중 한 명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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