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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뛰고 집값은 뚝…가구당 자산 처음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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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직장인 신모(41)씨는 부동산 시장이 급등하던 2021년 말 ‘막차’를 탔다. 대출 3억원을 끌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12억5000만원에 샀다. 2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 시세는 10억원으로 떨어졌다. 소득은 늘었지만 대출금리가 더 뛰었다.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신씨는 “안 오른 물가가 없는데 아파트값만 떨어졌다”며 “씀씀이를 줄여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은 줄었는데, 대출 이자가 폭등해 살림살이에 그늘을 드리웠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 조사’를 요약한 결과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2727만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3.7% 줄었다. 가계 자산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2012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조사 기간 중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많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가구당 평균 부채는 9186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0.2% 늘었다. 부채가 있는 가구 비율은 62.1%다. 가구 부채는 10년 전만 해도 5000만원대 초반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1년 전보다 4.2% 늘어난 9170만원을 기록한 뒤 재차 늘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3540만원으로 1년 전보다 4.5% 줄었다. 한국은 부동산이 가구 실물자산의 76.1%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순자산 감소는 향후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금 흐름도 팍팍하다. 가구당 소득은 6762만원으로 1년 전보다 4.5% 늘었다. 하지만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비(非)소비지출(1280만원)이 8.1% 급증했다.

비소비지출은 1년 전에도 5.6% 늘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세금이 비소비지출의 상승세를 이끌었다면, 현 정부 들어선 고금리 추세가 비소비지출을 이끌고 있다. 단적으로 대출 상환액 등 이자비용(247만원)이 1년 전보다 18.3% 폭증했다.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 폭이다. 이자비용이 비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였다.

그러다 보니 금융 부채를 가진 가구 중 67.6%가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금융 부채 보유 가구 인식 조사)고 응답했다. 금융 부채를 가진 가구 중 7.2%는 “지난 1년 중 원금 상환 또는 이자 납부 기일을 지키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공적연금·사회보험료 지출(433만원)이 전년 대비 8.2% 늘면서 세금(416만원)을 제치고 지출항목 1위로 올라섰다. 이자비용에 이어 가구 간 이전으로 141만원을 각각 지출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5482만원이었다. 가구가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1년 전보다 3.7% 늘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소득 증가 폭(4.5%)에는 못 미친다. 고물가 상황에서 내수를 살리려면 처분가능소득이 늘어야 한다.

소득 1억원을 웃도는 가구 비중은 처음으로 20%선까지 높아졌다. 구간별로 가구소득은 1000만∼3000만원 미만이 2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1억원 이상 20% ▶3000만∼5000만원 19.8% ▶7000만∼1억원 17% ▶5000만∼7000만원 16.4%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와 40대인 가구에서 소득 1억원 이상이 각각 30.5%와 27.9%로 비중이 가장 컸다.

빈부 격차는 다소 완화했다. 지난해 지니계수는 0.324로 전년 대비 0.005포인트 감소했다. 지니계수는 0~1 사이 값으로 매기는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소득 5분위 배율도 5.76배로 전년 대비 0.07배포인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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