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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민낯 드러낸 선거…4년 전 野 87% 당선, 이젠 후보도 0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일 홍콩 도심에서 친중 성향의 신민당 구의회 선거 출마자가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일 홍콩 도심에서 친중 성향의 신민당 구의회 선거 출마자가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는 10일 홍콩에서 지방의회선거 격인 구의회선거가 민주진영 후보의 출마가 봉쇄된 가운데 친중파 후보 일색으로 치러진다. 지난 2020년 7월 국가보안법이 발효되면서 ‘애국자’에게만 출마 자격이 주어진 탓이다.

지난 5월 개편된 선거법은 직선제로 선출하는 구의회 의석을 2019년 452석에서 88석으로 줄였다. 직선제 투표의 힘을 5분의 1로 줄이고 행정장관이 179석의 임명직 의원을 지명하도록 바꿨다. 기존 452개 지리적 선거구를 44개로 통합했다. 출마 희망자는 관제 조직인 지역위원회, 범죄근절위원회, 소방위원회의 추천을 받도록 조치했다. 결국 범민주진영에서 출마를 신청한 8명이 모두 탈락했다고 홍콩프리프레스(HKFP)가 보도했다.

앞선 2019년 11월 구의회 선거에선 민주당 등 범민주파가 452석 중 86.7%인 392석을 석권했다. 이에 베이징은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내세워 행정장관·입법회·구의회 선거를 차례로 무력화시켰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시민들 선거 무관심, 투표율 20%대 전망

홍콩 시민은 무관심으로 대응했다. 홍콩청년단체(HKFYG)가 최근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변이 15.9%에 그친 반면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5.9%에 이르렀다고 홍콩프리프레스(HKFP)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애국자'만 출마하도록 바뀐 후 처음 치러지는 구의원 선거에 대한 주민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20%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9년 구의회 선거 투표율은 71.2%이었다.

지난 1일 홍콩 도심에 붙은 12·10 구의회 선거 포스터 옆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홍콩 도심에 붙은 12·10 구의회 선거 포스터 옆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주가 반토막, 외국인 방문객 98.9% ↓ 

이번 12·10 구의회 선거는 홍콩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단면 중 하나다.
4년 전과 비교하면 홍콩 주가가 반토막났다. 지난 2019년 최고 3만280.12포인트를 기록했던 홍콩 항셍지수는 6일 종가 기준 1만6376.44로 45.9%p 반토막에 가까웠다. 홍콩 정부통계처가 발행한 통계연감에 따르면 외국인 홍콩 방문객은 2019년 5591만명에서 2022년 60만5000명으로 98.9% 감소했다. 유치원 학생 숫자는 2019년 17만4297명에서 지난해 14만3676명으로 3만621명(17.5%) 줄었다. 신생아는 2019년 5만3000여명에서 2022년 3만2501명으로 38.5%p 감소했다.

최근에는 청소년 자살도 심각하다. 올해 11월까지 홍콩 초·중학생 31명이 자살로 숨져 지난 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홍콩 명보가 7일 보도했다. 해외 이민이 크게 늘면서 친한 친구나 교사의 부재가 학생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킨 탓이 크다고 홍콩대 자살방지연구센터는 분석했다.

홍콩 선거를 놓곤 홍콩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의 통일전선기구인 전국정협 위원을 역임한 류멍슝(劉夢熊) 홍콩 백가전략 싱크탱크 주석은 최근 싱가포르 연합조보 칼럼에서 “2019년 선거에서 구의원 91명을 당선시켰던 민주당이 선거제도 왜곡으로 후보자를 한 명도 내지도 못했다”며 “이러한 비정상적 정치생태가 일국양제를 흔들고 망가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콩에서는 유권자 52~62%가 지지하는 정파의 출마조차 봉쇄하고 ‘의석 제로’에 골몰하고 있다”며 “그 결과 외자는 철수하고, 외국 금융기관이 싱가포르로 떠나면서 세계 3위 국제금융센터 지위를 싱가포르에 넘겨줬으며, 처음으로 홍콩의 기업공개(IPO) 금액이 인도네시아보다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중국이 범민주파의 피선거권을 박탈한 배후의 근본 가치관과 정치체제는 서방의 문명과 국제 질서에 대한 체계적인 도전과 다름없다고 인식하고 중국위협론을 굳게 믿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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