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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에 대기번호 500번…中아이들 복도서 링거 맞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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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일 오전 수도의과대학 부속 베이징소아과병원 로비가 호흡기 질병 아동 환자와 부모들로 가득하다. 신경진 특파원

6일 오전 수도의과대학 부속 베이징소아과병원 로비가 호흡기 질병 아동 환자와 부모들로 가득하다. 신경진 특파원

6일 오전 10시 중국 베이징의 수도소아과연구소 부속 아동병원. 마스크를 쓴 아동과 보호자들이 가득한 로비에서 만난 한 어린이는 “병원이 춘절(春節ㆍ중국 설) 기차역 같다”고 말했다. 아이 곁 부모는 '500'이라고 적힌 번호표를 들고 있었다. 대기 환자가 500명이라는 의미다. 안내 직원은 이날 내과 종합진료를 예약한 환자만 1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병원 입구에 있는 '제2 링거 처치실'엔 수액을 맞는 환자로 가득했다. 지난 10월 말부터 호흡기질환으로 오는 환자가 늘면서 병원 측이 추가 설치한 곳이다. 미처 처치실에 들어가지 못한 어떤 부모는 복도에서 자녀에게 링거액을 맞히고 있었다.

6일 오전 수도의과대학 부속 베이징소아과병원의 주사 접종실이 가득차 복도 의자에서 환자들이 링거액을 맞고 있다. 복도 벽 곳곳에 링거액을 걸 수 있는 걸개가 붙어 있다. 신경진 특파원

6일 오전 수도의과대학 부속 베이징소아과병원의 주사 접종실이 가득차 복도 의자에서 환자들이 링거액을 맞고 있다. 복도 벽 곳곳에 링거액을 걸 수 있는 걸개가 붙어 있다. 신경진 특파원

기자가 베이징시에서 운영하는 주요 병원의 실시간 대기자 현황 애플리케이션(APP)을 살펴보니, 이 아동병원의 응급실 대기환자 18명, 대기시간 2시간으로 표기돼 있었다. 이날 베이징 신경보는 최근 이 병원의 환자수가 하루 9378명을 기록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코로나19가 물러난 뒤 첫 겨울을 맞는 중국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각종 호흡기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베이징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주간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첫째 주(2~8일) 5551명이던 법정전염병 발병 건수가 10월 마지막 주에 1만 명을 넘은 뒤 지난주(11월 27일~12월 3일) 8만 6045건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표).

지난달에는 매주 2배씩 급증했다. 발병 건수로 보면 10월 중순부터 줄곧 유행성 독감과 코로나19가 1, 2위를 차지했다. 수족구병, 리노 바이러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아데노바이러스가 뒤를 이었다.

의사들 허리보호대 차고 14시간 격무 

'환자 쓰나미'에 현장 의사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리쉐쥔(李學軍) 칭화창겅(淸華長庚)병원 소아과 부주임은 “몰려드는 환자에 한 주에 5일이던 외래 진료가 최근 7일로 늘었고 하루 근무시간만 13~14시간에 이른다”며 “야간 근무를 마치면 마사지실로 달려가 근육을 풀어주는 게 일상이 됐고, 어떤 의사는 허리보호대를 차고 어깨에 파스로 무장했다”고 신경보에 토로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호흡기 전염병 급증에 새로운 전염병 바이러스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펑(米鋒)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일 동계 호흡기 질병 예방 및 치료 브리핑에서 “최근 유행하는 급성 호흡기 질병은 모두 기존 병원체가 유발한 것으로 적절한 치료수단이 있다”며 “새로운 바이러스나 세균이 일으킨 새로운 전염병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약자는 서둘러 유행성 독감 등 백신을 접종하고, 마스크 착용, 손 씻기,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 호흡기 질환 확산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국가위생건강위는 지난 5일에는 충칭(重慶)에서 브리핑을 갖고 아동 호흡기 질환의 확산에 따른 철저한 방역을 재차 강조했다.

코로나19 추적 건강코드 부활 조짐

팬데믹 당시 감염자와 접촉자의 추적·격리에 사용했던 ‘건강코드’와 핵산검사도 부활할 조짐이다. 허난성 인터넷 매체인 딩돤(頂端)신문은 지난 1일 이미 퇴장한 지 1년이 된 '젠캉마'(健康碼, 건강코드 APP)의 녹색 QR코드가 일부 지역에서 재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광저우 시장 핫라인을 담당하는 직원은 매체 기자에게 “내 건강코드는 녹색”이라며 “생활이나 외출에 아무 영향이 없다. 코로나19는 이미 지나갔다. 아무 일 없을 것”이라며 건강코드 존재를 간접적으로 인정했다.지난 3일 홍콩 명보는 “중국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건강코드는 업데이트를 중지했지만, 실제 폐기하지 않았다”며 “여론이 동요하면서 딩돤신문의 해당 보도가 삭제당했다”고 전했다.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하얼빈 상학원 교수 겸 블로거 ‘입설재경(立說財經)’이 SNS에 광저우에서 열린 국제 포럼에 참석했다가 행사에 앞서 핵산 검사를 받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계정이 폐쇄당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대 제1의원 아동병원은 코로나19 당시 접촉자 격리를 위해 만든 시설을 최근 임시 링거액 접종실로 사용해 논란이 됐다.

중국의 호흡기 질환 확산에 대만 등 주변국도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 중앙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대만 보건당국은 타이베이·타오위안·타이중·가오슝 등 4개 국제공항에서 중국본토·홍콩·마카오 승객 가운데 유증상자 38명의 검체를 조사했다. 검사 결과 유행성 독감 13건, 코로나19 3건, 아데노바이러스 3건, 리노 바이러스 2건 등 21건이 발견됐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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