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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204) 밥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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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밥 1
이하석(1948∼)

오셨소?
내려놓고 밥상부터 받으소
구절양장 밟아 왔으니 얼마나 허기진가
앞날이 만 리 길이니 배부터 채우소
-해월, 길노래 (한티재)

밥 한 그릇에 세상의 이치가 있다

이하석 시인이 동학의 2세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1827∼1898)의 삶과 사유를 시조로 쓴 서사시집을 펴냈다. 시조 서사시집 자체가 드문 일이다.

해월 선생은 “도라는 것은 지고한 높고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일용(日用) 행사(行事) 모두가 도 아님이 없다”는, 평범한 일상의 삶 속에 진정한 도가 담겨 있음을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해월 선생은 이렇듯 도의 생활화를 통해 당시 새로운 변혁을 꿈꾸던 민중들의 가슴에 깊이 ‘가르침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또한 “밥 한 그릇에 모든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다”는 그 유명한 해월 선생의 ‘밥 철학’은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밥을 먹는다’는 매우 평범한 일상사를 말하고 있지만, 이에는 한 치 한순간도 어긋나지 않는 우주 대자연의 운행과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물 곤충의 협동 그리고 숭고한 인간의 노동이 어우러지는, 그러한 ‘우주의 진리’가 담겨 있음을 역설한 가르침이라고 윤석산 교수는 설명한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