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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경위성 천리안 2B호…아시아 대기질 실시간 관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이동원 센터장이 환경위성으로 관측한 미세먼지의 이동 경로를 가리키고 있다. 천권필 기자

이동원 센터장이 환경위성으로 관측한 미세먼지의 이동 경로를 가리키고 있다. 천권필 기자

“여기 서해 상에 빨간 띠가 보이죠? 중국에서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넘어오는 겁니다.” 6일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위성센터. 관측 모니터를 살피던 이동원 환경위성센터장이 화면 속 빨간 띠 정체를 설명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사무실의 큰 모니터 화면부터 보는 게 그의 첫 일과다. 환경위성 천리안 2B호가 관측한 아시아 지역 대기질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그는 화면을 더 면밀히 살폈다. 중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넘어올 거라는 예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화면을 가리키면서 “전날까지도 남풍이 불어 국내로 유입되는 대기 오염물질을 막는 역할을 했는데, 오늘부터 서풍이 강해져 황사가 섞인 중국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들어오고 있다”며 “위성이 관측한 미세먼지 정보를 대기질통합예보센터와 공유해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으로 전국 미세먼지 농도는 서쪽 지역부터 빠르게 치솟았다. 한국환경공단 대기질 정보사이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나쁨(36~75㎍/㎥)’이었다. 서울 성북구는 낮 한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84㎍/㎥로 ‘매우나쁨(76㎍/㎥~)’을 기록했다.

천리안 2B호는 한국이 2020년에 세계 최초로 발사한 정지궤도 환경위성이다. 저궤도 위성과 달리 고도 약 3만6000㎞에서 지구 자전을 따라가기 때문에 아시아 전역의 대기질을 상시 관측할 수 있다. 특히 겨울철이 되면 국외 대기오염물질 유입이 잦아 환경위성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올겨울 미세먼지가 지난해보다 짙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정도 높다. 환경위성은 미세먼지의 농도나 이동 방향뿐 아니라, 유입 고도도 볼 수 있다. 또 이산화질소·이산화황 등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대기 오염물질도 잡아낸다.

그 밖에도 센터는 환경위성을 활용해 내년 2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아시아 대기질 국제공동조사(ASIA-AQ)에 착수하는 등 국가 간 대기 오염물질의 이동을 집중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다. NASA의 ASIA-AQ 프로젝트 책임자인 제임스 크로포드 박사는 “NASA에서는 항공기 2대가 참여해 도시 지역 주요 오염물질을 지도로 나타내는 연구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상에서 아시아 전역에 대기질 관측망을 설치하는 판도라 아시아 네트워크(PAN) 구축사업도 진행한다. 주간 관측만 가능한 환경위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야간 자료도 생산한다. 또 화산 분화나 산불에 의한 대기 오염물질 이동을 자동 탐지하는 등 환경위성의 활용도도 더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 대기질 감시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게 목표다. 금한승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올해 발사했거나 발사 예정인 미국·유럽의 환경위성과 전 지구 동시 관측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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