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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굶어죽는 사람 속출…남한 콘텐트 공유했다고 공개 총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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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경을 봉쇄한 뒤 극심한 식량난을 겪으면서 굶어 죽는 주민이 속출했다고 한 탈북민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그는 북한이 방역수칙 위반자를 노동교화소로 보내고, 남한 문화 콘텐트를 공유하는 사람을 공개 처형하는 등 통제 수위를 높여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도 했다.

6일 영국 BBC 방송은 서울발 기사를 통해 지난 5월 일가족과 함께 어선을 타고 서해로 탈북한 30대 김모씨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김씨에 따르면 유행 초기 북한은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감염자가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지 않으면 국가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주민은 방역수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노동교화소로 보내지기도 했다. BBC는 김씨가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을 별도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세부 사항은 다른 소식통의 전언과 최근 북한 상황에 대한 국제기구 보고서 등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봄부터는 사정이 더 나빠져 굶어 죽었다는 사람들의 소식이 잇따랐고, 김씨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농부 2명도 지난해 4월 아사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2월 이웃 동네의 한 노부부가 굶어 죽었는데, 쥐가 시신 일부를 갉아먹는 바람에 초기에 살인사건으로 오인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또 북한이 최근 남한의 문화 콘텐트에 대한 당국의 단속과 처벌 수위를 이전보다 높였으며, 지난해 4월에는 알고 지내던 22세 청년이 공개 총살되는 것을 강제로 봐야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남한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친구들과 공유했다는 이유로 이 지인이 본보기로 처형됐다면서 “모두가 겁을 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사회주의 행동’ 단속반이 거리에서 주민을 임의로 수색하고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사람들은 이들이 우리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같다면서 ‘모기’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휴전선 인근 지역에 살아 어릴 때부터 남한 TV를 몰래 보고 자랐던 김씨는 갈수록 억압적 체제에 환멸을 느끼게 됐고 특히 코로나19로 당국의 통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불만이 컸다고 한다. 김씨는 갈수록 북한이 코로나19의 위험을 과장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많은 이들이 국가가 우리를 억압할 핑계를 찾은 것이라고들 생각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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