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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안 줄이고 웬 부천"…선거구획정에 발칵 뒤집힌 민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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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가 5일 제출한 22대 총선 선거구획정안에 더불어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선거구 획정위가 제시한 22대 총선 통합지역 그래픽 이미지.

선거구 획정위가 제시한 22대 총선 통합지역 그래픽 이미지.

획정안에 따르면 22대 총선에서 합구 지역으로 사실상 선거구가 없어지는 곳은 서울 1곳 등 6개다. 이 가운데 부산 남을과 합쳐지는 부산 남갑(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전북 다른 선거구와 통합 조정되는 전북 남원-임실-순창(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다른 선거구의 현역 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은 6일 오전 조정식 사무총장 주재로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비공개로 열린 회의엔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정치개혁특위 민주당 측 간사 김영배 의원과 정개특위 위원 이해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우리로선 핵심은 서울 강남 선거구를 줄여야 된다는 것”이라며 “강남을 포함해 서울을 2석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를 (여당에) 제안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선 각 행정구역 내 인구 수 대비 선거구 수를 ‘강남 합구’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인구기준일인 1월 말 기준 강남갑·을·병 총 인구 수는 52만8900명인데, 이를 3개 선거구로 나누면 1개 선거구 당 17만6300명이 된다. 같은 기준으로 볼 때 획정위가 1개 선거구를 줄이도록 한 경기 부천갑ㆍ을ㆍ병ㆍ정은 1개 선거구 당 인구 수가 19만7234명인데, “강남이 아닌 부천을 줄이는 게 맞느냐”는 주장이다.

특히 부천 지역구 의원은 모두 민주당(김경협ㆍ설훈ㆍ김상희ㆍ서영석) 소속이다. 부천정을 지역구로 둔 서영석 의원은 통화에서 “일요일(3일) 밤쯤 갑자기 뜬금없이 부천이 통합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들렸다”며 “부천은 (인구수) 순서상 전혀 줄일 지역이 아니다. 서울 강남이나 대구 달서(1개 선거구 당 인구 수 17만9000명)가 우리보다 먼저 조정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들은 획정안이 발표되기 전 원내지도부에도 우려의 뜻을 전달했으나, 획정안에선 지역구 4곳이 3곳으로 줄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달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달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합구 대상지인 전북 지역구 민주당 의원들도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획정안에 반발했다. 전북 정읍-고창,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완주-진안-무주-장수 4개 선거구가 통합조정을 거쳐 정읍-순창-고창-부안, 남원-진안-무주-장수, 김제-완주-임실 3개 선거구로 줄어드는데, 이 중 3곳이 민주당(윤준병ㆍ이원택ㆍ안호영) 지역구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인구수 감소 등의 이유로 조정 대상으로 논의됐던 서울 강남, 경남 창원, 대구 달서, 경북 군위ㆍ의성ㆍ청송ㆍ영덕은 1석도 줄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의 정치적 이익만을 반영한 편파ㆍ졸속 조정안이며,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지방 죽이기 획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에서 유일한 합구 지역으로 꼽힌 노원갑ㆍ을ㆍ병도 민주당 내 이전투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노원갑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고용진 의원이, 노원을과 노원병은 친명계로 분류되는 우원식, 김성환 의원이 각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내에선 “47석 비례대표제에만 집중하다 253석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에서 선거구 협상은 어련히 잘했을 거라고 믿었는데, 열어보니 우리만 손해 보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추후 협상을 거쳐서 획정안을 조정한 뒤 획정위에 재제출 요구를 할 계획이다.

비례대표제를 놓고선 당 지도부에서 연일 ‘현실론’을 주장하며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김영진 의원은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권역별 비례대표를 통한 병립형이 지금 여야가 최소 합의할 수 있는 안”이라며 “(이 대표에게도) 건의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홍익표 원내대표도 전날 민주당이 과거 연동형 비례제를 수차례 약속했던 것과 관련해 “때로는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당당하게 약속을 못 지키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최대한 의원들 이야기를 많이 듣는 중”이라며 “예산안 협상이 끝나기 전에 선거제 입장을 정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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