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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깎아 줄테니 갚으라”는 채권추심업자의 전화, 이것 없으면 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잔액이 2800만원이지만, 30일까지 1400만원만 입금해주시면 채무종결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A씨는 채권 추심 업체에게 남은 빚 절반을 깎아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대신 특정 기한 내에 남은 돈을 즉시 갚으라는 조건이었다. 채무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에 A씨는 없는 돈을 무리해서 끌어다 빚을 갚았다. 이후 A씨는 채권 추심 업체에 다시 전화를 걸어 ‘완납 증명서’를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A씨가 “직장이 있어서 1400만원 만으로 완납이 어렵다”면서 말을 바꾼 뒤, 추가 입금을 또 요청했다.

빚 깎아준다며 거짓말…소비자 경보

서울 거리의 대출 전단. 연합뉴스

서울 거리의 대출 전단. 연합뉴스

A씨 처럼 빚을 줄여주겠다며 상환을 독촉해 돈을 받은 뒤, 말을 바꿔 남은 빚을 계속 추심하는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또 계약서에 이자율을 약정하지 않거나, 법정 한도를 초과한 이자를 받는 등 불공정한 대부 계약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6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불법 채권 추심으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소비자 경보를 발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무 감면 시 감면 서류 반드시 챙겨야 

채권자와 달리 채권 추심 회사는 채무를 직접 감면해 줄 권한이 없다. 하지만 채권 추심 회사는 돈을 잘 돌려받기 위해, 마치 빚을 깎을  수 있는 것처럼 거짓 약속을 한다는 것이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은 “채무자가 ‘감면 후 채무 금액’을 어렵게 상환해도, 추심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착오 등)를 들어 채무를 종결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권한이 있는 채권자가 채권 추심 회사를 통해서 빚 감면을 실제 약속해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통상 구두 약속에 그치기 때문에 나중에 말을 번복해 남은 빚을 계속 추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채무 감면 서류 양식. 금융감독원

채무 감면 서류 양식. 금융감독원

이 때문에 금감원은 채무자가 채무 감면을 확실히 받으려면, 이를 확약할 수 있는 '감면 서류'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감면 서류는 채권 추심 회사가 아닌 채무 감면 결정 권한이 있는 채권자가 발행한 것으로 감면금액과 변제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만약 권한이 없는 채권 추심자가 채무자에게 빚을 깎아주겠다고 언급하면, 불법적인 채권 추심에 해당한다. 이 경우 채권자 동의를 받은 감면 서류를 추가 요청해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런 서류 없이 채권자를 속이고 빚 감면을 조건으로 추심을 한다면 금감원에 신고할 수 있다.

법정 금리 초과, 연체 시 상환…불공정 계약

불공정한 대부 계약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많았다. 대부 약정서에 주요 약정 사항인 변제기일이나 이자율·이자납입일을 기재하지 않거나, 이자율을 기재했어도 법정 최고한도(연 20%)를 초과한 이자율을 적용한 경우가 다수 있었다. 법정 최고한도를 넘긴 초과 이자에 대해서는 채권 추심 중단을 요청하고, 금감원에 관련 내용을 신고할 수 있다.

예컨대 이자를 한 번이라도 연체하면 “‘기한이익을 상실(남은 대출금 전체를 즉시 상환)’하고 변제기일 전이라도 원리금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약정한 경우는 대부거래 표준약관 위반이다. 표준약관 상 기한이익을 상실하려면, 연체 기간이 2개월 이상 지속해야 하고, 사전에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연체한 즉시 별도 통지절차 없이 기한이익을 상실하도록 한 조항은 불공정 조항으로 무효에 해당한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역시 채권 추심 중단과 금감원 신고가 가능한 사안이다.

불공정 대부 계약서. 금융감독원

불공정 대부 계약서. 금융감독원

또 부모 등 법정대리인 동의 없는 미성년자 대출은 아예 취소할 수 있다. 이 경우 대부업체에 내용증명을 보내 취소 의사를 표시해야 하고, 취소하면 소급해서 무효가 되기 때문에 채권 추심 중단도 요청할 수 있다.

금감원은 “채권자가 채권 추심 회사를 통해 채무 감면을 결정한 경우 채무자에게 감면 서류를 의무적으로 교부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면서 “불공정 대부 채권에 대한 불법 추심에 대해서도 향후 중점 검사할 계획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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