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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패션의 혁신적인 실험 '런웨이 싱가포르'전

중앙선데이

입력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 서정민 기자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 서정민 기자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린다. KF(한국국제교류재단)와 주한싱가포르대사관,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Asian Civilisations Museum. 이하 ACM)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로 2021~2022년 싱가포르 현지에서 선보인 후, 올해 KF와의 협력을 통해 부산 KF아세안문화원에서 8월 10일부터 10월 29일까지 최초 해외 전시를 열었고, 이번에는 서울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전시 개막식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ACM의 케니 팅 박물관장은 “싱가포르 패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시작한 전시 시리즈라고 소개했다.
“다문화적이고 국제적인 항구도시인 싱가포르는 젊은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처럼 유구한 역사가 없다. 싱가포르의 전통의상은 주변 국가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 것들이 섞여 있다. 하지만 항구도시, 국제도시 특유의 개방성으로 다양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게 싱가포르 문화의 특징이다. 디자이너, 대학과 협력해서 우리의 정체성을 한 번 탐구해보자 생각했다. 동서의 문화가 섞여 있고, 장인정신과 혁신적인 기술이 섞여 있고, 옛 것과 현재가 뒤섞여 있는 가운데서도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화해온 싱가포르의 모습을 담아보자는 게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다.”
싱가포르 패션 자체를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패션을 통해 싱가포르가 갖고 있는 정체성과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게 주요 목적이라는 이야기다. 동서가 만나고,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고, 오래된 장인 정신과 혁신 기술을 연결하는 ‘멜팅 팟’, 싱가포르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패션을 통해서 보여 준다는 게 이번 전시의 주제다.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브랜드 '스타일마트(Stylemart)'의 작품 '케바야 및 가라'. 사진 KF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브랜드 '스타일마트(Stylemart)'의 작품 '케바야 및 가라'. 사진 KF

총 27명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쿠튀르 룩에서 스트리트 웨어까지 싱가포르의 실험적인 현대 패션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적 패션 무대에서 명성을 떨친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의 우아안 쿠튀르 의상을 선보이는 ‘장인정신’ 섹션, 전통적인 기법과 실루엣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 디자인의 혁신을 보여주는 디자이너들의 의상으로 구성된 ‘전통의 혁신’ 섹션, 역동적인 글로벌 도시로서의 싱가포르 정체성을 살펴볼 수 있는 스트리트 웨어로 구성된 ‘도시민’ 섹션이다.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브랜드 '타임 테이큰 투 메이크 어 드레스(Time Taken to Make a Dress)'의 작품 '치파오'. 사진 KF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브랜드 '타임 테이큰 투 메이크 어 드레스(Time Taken to Make a Dress)'의 작품 '치파오'. 사진 KF

특히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유명 디자이너 앤드류 겐(Andres Gn), 애슐리 이샴(Ashley Isham), 라이찬(LAICHAN)을 비롯해, 블랙핑크와 지드래곤 등 K-팝 가수들의 의상을 디자인한 바 있는 더 셀비지스(The Salvages), 그리고 2NE1 씨엘(이채린)의 2022년 자카르타의 음악축제 의상을 제작했던 해리 핼림(Harry Halim)의 작품 등은 주목할 만하다.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브랜드 '맥스.탄(MAX.TAN)'의 작품 '후잔 점프수트'. 사진 KF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브랜드 '맥스.탄(MAX.TAN)'의 작품 '후잔 점프수트'. 사진 KF

ACM은 싱가포르 국립문화유산위원회(National Heritage Board) 산하의 국립 박물관이다. 아시아 각 지역의 문화 및 문명의 역사적 교류, 그리고 아시아와 세계 교류와 관련한 다양한 유물과 장식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케니 팅 관장은 전통적인 박물관(미술관)의 전시공간이 갖는 전형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장식예술, 디자인, 패션 등의 분야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특히 ‘패션’에 주목한 큰 전시를 세 번째 기획하고 있다.
“국립박물관의 카테고리를 디자인 산업, 디자인 가구 등 여러 카테고리로 확산중인데 그 중에서도 우리한테 가장 가까운 것부터 시작해보자 생각했다. 우리 모두 옷을 입고 있으니까.(웃음)”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브랜드 '벨프디자인(Baelf Design)'의 작품 '그랑드 쿠론 드레스'. 사진 KF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브랜드 '벨프디자인(Baelf Design)'의 작품 '그랑드 쿠론 드레스'. 사진 KF

팅 관장은 또 역사 속에서 ‘아시아의 디자인 미학’을 조명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문명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지금은 서양 의복 스타일이 지배적이지만 동서양의 패션 역사를 살펴보면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해진 것이 많다. 예를 들어 ‘프렌치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의 비단, 인도의 코튼 자수에서 영감을 얻어 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동서양은 수세기 동안 이렇게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았다. 지금은 동양의 문화가 서양으로 넘어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K팝이 전 세계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말하자면 지금이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진지하게 공부해서 미래를 준비할 시기라고 생각했고,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구현하고 싶었다.”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브랜드 '라발(LABAL)의 작품 '악손(Axon)'. 사진 KF

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KF갤러리에서 ‘런웨이 싱가포르 (SGFASHIONNOW)’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브랜드 '라발(LABAL)의 작품 '악손(Axon)'. 사진 KF

그가 싱가포르의 젊은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모색하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팅 관장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박물관에 있는 여러 작품들을 리소스로 사용하기를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싱가포르 청년들 사이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굉장히 크다”며 “많은 청년들이 카바야라든가 바틱 직물을 일상에서 많이 입고 또 싱가포르 신진 디자이너들 역시 본인이 추구하는 디자인에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요소들을 많이 차용하는 데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고 젊은 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무엇이 싱가포르의 전통적인 실루엣인가 묻는다면, ‘실루엣의 조합’이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말은 항구도시이자 국제도시인 싱가포르의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인데, 이것저것 마구 섞여 있는 게 아니라 그만큼 유연하게 다양성의 교차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 수많은 다양성이 교차하면서 발생하는 세렌디피티(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를 지켜봐주길 바란다. 다양한 것들이 서로 충돌하고 만들어내는 재미난 모습이 싱가포르 패션만의 매력이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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