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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100만원 시절도 이겨냈다…태극마크 꿈꾸는 30대 득점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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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울산 공격수 주민규는 지난 2021년 이후 3시즌 중 두 차례(2021·23) 득점왕에 올랐다. 연습생 출신으로 프로축구 최고 골잡이 반열에 오른 그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도 축구대표팀 발탁과 A매치 출전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뉴시스]

울산 공격수 주민규는 지난 2021년 이후 3시즌 중 두 차례(2021·23) 득점왕에 올랐다. 연습생 출신으로 프로축구 최고 골잡이 반열에 오른 그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도 축구대표팀 발탁과 A매치 출전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뉴시스]

“여기서 만족할 수 없습니다. 아직 배가 고프거든요. 저 꿈이 무척 큰 사람입니다. (웃음)”

올해 프로축구 최고의 골잡이로 우뚝 선 주민규(33·울산)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더니 대뜸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주민규는 5일 K리그1(1부) 시상식에서 득점왕과 함께 베스트11에 선정돼 2관왕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주민규는 올 시즌 17골을 터뜨렸다. 대전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티아고(30)와 타이를 이뤘지만, 출전시간이 더 적은 주민규가 득점왕에 올랐다. 이에 따라 주민규는 제주에서 뛰던 2021년 첫 득점왕에 오른 이후 2년 만에 득점왕 타이틀을 되찾았다.

그는 또 K리그 통산 5번째로 두 차례 이상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프로축구 40년 역사에서 윤상철(1990·94년), 이기근(1988·91년), 김도훈(2000·03년), 데얀(2011·12·13년) 등 4명 만이 두 차례 이상 득점왕을 차지했다. 아울러 2003년 김도훈 이후 20년 만이자 역대 4번째로 두 차례 이상 득점왕에 오른 국내 선수가 됐다. 주민규는 “레전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영광이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스트라이커가 득세하는 K리그에서 국내 공격수의 자존심을 세워서 기쁘다”고 밝혔다.

올 시즌 K리그 베스트 공격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소감을 밝히는 주민규. [뉴스1]

올 시즌 K리그 베스트 공격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소감을 밝히는 주민규. [뉴스1]

주민규는 9년간의 무명 생활을 딛고 ‘연습생 신화’를 쓴 주인공이다. 2013년 참가한 K리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연습생으로 당시 2부 리그 팀 고양HiFC(해체)에 입단했다. 당시 연봉은 2000만원에 불과했다. 주민규는 “드래프트 탈락 후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었다. 그땐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뿐이었다. 연봉이나 소속팀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주민규는 생존을 위해선 무엇이든 했다. 경기 후에도 추가 킥 훈련을 자청하는가 하면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했다. 2015년 2부 창단 팀 서울 이랜드로 이적하면서 익숙한 미드필더 대신 공격수로 포지션까지 바꿨다. 정교한 킥과 탄탄한 체격(키 1m83㎝·몸무게 82㎏)을 앞세운 그는 서울 이랜드 입단 첫 시즌에 23골을 터뜨리며 2부리그를 평정했다. 2019년엔 1부 리그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1부의 벽은 높았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결국 2020년 제주로 이적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당시 나이 서른으로 팀에선 고참급이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훈련을 거듭했다. 주민규는 “연습생 땐 월급이 100만원도 안 됐다. 힘든 시절을 악착같이 버텨내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끝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를 더 악물고 훈련했다”고 말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주민규는 2021년 22골을 몰아치는 골 폭풍을 일으키며 꿈에 그리던 1부 리그 득점왕의 자리에 올랐다. 2022년에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17골을 넣었다. 그러나 득점왕은 출전시간이 더 적었던 조규성(17골·당시 전북)에게 내줬다.

뒤늦게 찾아온 주민규의 전성기는 끝날 기미가 없다. 그는 제주에서 울산으로 이적한 올해에도 17골을 넣으며 ‘최고의 골잡이’가 됐다. 울산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주민규는 “많은 골을 넣은 것도 기쁘지만, 울산 입단 첫해에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서 더욱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또 “내가 열심히 뛰는 모습이 프로를 꿈꾸며 땀방울을 흘리는 수많은 연습생에게 ‘저 사람도 해내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주민규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의 다음 목표는 아시아 무대다. 주민규는 “내년엔 리그 우승과 득점왕은 물론이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대회 득점왕에 도전하겠다. 작전명을 붙인다면 ‘묻고 더블로 가’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규는 아직 한 번도 달아보지 못한 태극마크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지난 3년간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군림했지만, 한 번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주민규는 “서른셋이지만 여전히 국가대표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운으로 뽑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실력으로 당당히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주민규는

◦ 생년월일: 1990년 4월 13일
◦ 체격: 1m83㎝, 82㎏
◦ 소속: 울산 현대
◦ 포지션: 공격수
◦ 2023시즌: 17골(36경기)
◦ K리그 통산: 134골(역대 3위·325경기)
◦ K리그1 득점왕: 2021년(22골), 2023년(17골)
◦ 별명: 득점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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