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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자료 530건 삭제"…檢, 산업부 공무원 2심도 실형 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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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법 및 대전지법 전경. 신진호 기자

대전고법 및 대전지법 전경. 신진호 기자

검찰이 월성 1호기 원전(이하 월성 원전)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전 공무원들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구형했다.

5일 검찰은 대전고법 제3형사부(김병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 산업부 A(56) 국장·B(53) 과장·C(48) 서기관의 감사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방실침입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는 원심 구형량과 같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윗선 지시에 따른 위법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공모해 다른 공무원의 파일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사건”이라며 “감찰 시스템을 훼손한 위법성이 작지 않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2017년 월성 1호기 원전 불법 가동 중단에 관여한 피고인들이 자료를 삭제함으로써 감사를 방해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명확하다”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방실침입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해 원심을 파기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 변호인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가 국정 과제로 정해졌고, 피고인은 행정지도를 통해 그 업무를 해낸 것밖에 없다”며 “부하 직원으로부터 감사가 진행된다는 말을 듣고 ‘불필요하게 오해하지 않도록 자료를 잘 정리해 최종본을 제출하자’고 한 것이 이렇게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사 당시 피고인들은 다른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자료 제출 대상자도 아니었고, C씨에게 주말 심야에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바도 없다”며 “감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람은 현 업무 담당자들인데, 그들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A씨와 B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께 월성 원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하직원 C씨는 같은 해 12월 2일 오전에 감사원 감사관과 면담이 잡히자 일요일인 전날 오후 11시께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월성 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지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감사원이 제출 요구하는 자료를 내지 않고 삭제하기까지 해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한 산업부의 개입 의혹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고, 이 때문에 감사 기간이 예상했던 기간보다 7개월가량 지연되는 등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했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B·C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방실침입 혐의에 대해서는 현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C씨에게 PC 비밀번호 등을 알려준 점을 고려하면 사무실에 출입할 권한이 있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이들은 1심 선고 이후 지난 6월 해임 징계를 받고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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