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요소는 기업 의존, 희소금속은 목표치 절반…불안한 공공 비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유소에 사용 후 비어있는 요소수 통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4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유소에 사용 후 비어있는 요소수 통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요소는 3개월분 물량 확보했다지만 대부분 기업에 의존, 갈륨 등 희소금속은 목표치 절반만 보유…. 주요 자원의 국내 공공 비축 현실이다.

최근 중국 세관의 요소 수출 통관 보류로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뿐 아니라 자원 비축 문제에 신경 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소 같은 긴급수급조절물자(정부가 긴급히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물자)부터 리튬을 비롯한 핵심광물까지 정부 물량이 부족해 대(對)중 공급망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차량용(산업용) 요소는 국내 재고와 베트남 등에서의 수입 예정분 등을 합쳐 약 3개월 치를 확보했다. 대부분 롯데정밀화학 등 요소 관련 기업이 보유했거나 향후 들여올 물량이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쥐고 있는 건 조달청에서 확보한 6000t 정도다. 조달청 관계자는 "현재 가진 게 3000t이고, 나머지 3000t은 구매 계약을 체결해서 곧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로 들여온 산업용 요소는 약 29만t이다. 이 중 차량용 수요는 하루 200t(연간 8만t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자체 보유한 비축 물량은 전체 수입분의 2% 안팎, 차량용에 대입하면 한달치 정도에 불과하다. 자체 보관 장소가 마땅치 않은 데다 "오래 두면 수분을 머금어 쓰기 어려워 최대 6개월 이상 갖고 있을 수 없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지만, 국내 공급망을 안정시키기엔 턱없이 적다.

이 때문에 정부도 4일 민관 합동 회의를 열고 조달청을 통한 요소 공공 비축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67%로 떨어졌던 대중 수입 의존도(수입액 기준)가 올해 1~10월 90%로 늘어나는 동안 싼 값에 미리 확보할 기회를 놓쳤다. 앞서 세웠던 비축 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달청의 비축자금 집행 계획상 2024~2025년 차량용 요소 신규 확보는 '0'으로 잡혀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그러는 사이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화학비료업계 온라인 플랫폼인 '중국화학비료망'에 따르면 주요 업체들이 내년도 수출 총량을 자율적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수출 통제가 장기화하고 수출 쿼터제까지 도입되면 인도 등과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해야 한다. 대체 수입국에서 들여올 가격도 자연스레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짚었다.

기업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요소 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대체 수입선을 찾아도 중국산보다 비싸니까 결국 손해를 떠안거나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주는 인센티브가 없는 만큼 기업으로선 비싼 요소를 확보하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2년 전 요소수 대란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산업과 직결되는 핵심광물도 정부 비축 부족으로 흔들리긴 마찬가지다. 5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희소금속 13종 평균 비축량은 50.6일 치로 집계됐다. 정부 비축 목표인 100일(중(重)희토류·코발트는 180일)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특히 스트론튬 비축량은 2.7일, 리튬은 5.8일에 불과했다. 공급망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국내 수급에 곧바로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이들 광물의 상당수는 대중 의존도도 높다. 특히 갈륨·희토류 등은 중국이 미국 견제 차원에서 수출길을 이미 죈 만큼 안심할 수 없다. 그나마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핵심광물 비축을 담당하는 광해광업공단의 관련 예산을 2331억원으로 늘렸다. 희소금속 13종 비축량도 평균 60일분으로 확대키로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요소처럼 희귀 자원이 아니더라도 특정국 의존도가 70% 선을 넘으면 핵심 원자재로 챙겨야 한다. 핵심광물도 체계적인 비축 계획을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평소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비상시 유통을 책임져야 한다. 기업엔 세제 혜택 등을 줘서 비용이 들더라도 대체 수입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