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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출장 가고 시계 사고…公기관 직원 이렇게 혈세 12억 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공기관 직원들이 공금을 사용해 고가의 스포츠 의류와 스마트워치 등 개인 물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유용한 경비는 12억원을 넘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시설부대비 집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시설부대비로 구입한 등산화와 의복. 사진 국민권익위원회

공공기관 직원들이 시설부대비로 구입한 등산화와 의복. 사진 국민권익위원회

공금 12억원 유용 사례 보니 

권익위에 따르면 2020년 1월∼2023년 8월 국가철도공단·한국농어촌공사·부산광역시 교육청 등 14개 공공기관에서 부적절하게 집행된 시설부대비는 약 12억2000만원에 달했다.

시설부대비는 공공기관이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비 외에 추가로 지급되는 부대 비용이다. 안전용품 구입비나 출장 여비, 현장 체재비 등이 포함된다.

권익위는 전체 공공기관 중 시설부대비 집행 점검이 필요한 기관 14곳을 선정하고 올해 집중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안전용품 구입비(피복비)를 부당 집행한 경우가 6억4076만원, 출장 여비를 부당 수령한 경우가 2억8679만원 각각 적발됐다. 허위 거래 명세서를 첨부해 개인 물품을 구입하거나, 증빙 서류 없이 중식비 등 950만원을 지출한 경우도 있었다.

사례별로 보면 A 지자체 소속의 한 주무관은 공사 감독용 의복을 구입한다는 명목으로 31번에 걸쳐 총 496만원 상당의 스포츠 브랜드 의류와 신발을 구입했다.

B 지자체 주무관은 2명이 35만원씩 피복비를 사용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내고 실제로는 본인 혼자서 피복비 70만원을 사용했다.

C 기관 소속 직원 16명은 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격려 차원의 해외 출장 명목으로 네덜란드·독일·벨기에를 다녀오며 출장비 1억1000만원을 시설부대비로 결제했다.

D 기관에서는 업무 담당자가 아닌 감사실 직원이 프랑스·스위스 출장에 동행해 해외 출장비 544만원 상당을 추가로 끌어다 썼다.

E시 주무관 등 5명은 관내 문구점에서 사무용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가짜 거래명세서를 쓰고 개당 30만원 상당의 스마트워치 5대를 구매해 사적으로 사용했다.

권익위는 이런 사실을 해당 기관에 통보해 환수 조치 등을 요구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금인 시설부대비로 고가 의류 물품 구입, 출장비 부당 수령, 외유성 국외 출장을 한 지자체·공직유관단체 등 14개 기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권익위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금인 시설부대비로 고가 의류 물품 구입, 출장비 부당 수령, 외유성 국외 출장을 한 지자체·공직유관단체 등 14개 기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권익위

"'예산 전용' 도로공사, 수사기관에 이첩" 

권익위는 또 예산을 불법적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한국도로공사에 대해서는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넘겼다고 이날 밝혔다.

권익위는 앞서 도로공사가 국가재정 사업비 예산을 전용해 소속 직원들의 인건비로 지급하느라 사업비를 부족하게 하고, 법령을 위반해 조작한 통계를 경영평가와 실적평가 자료로 제출했다는 의혹 신고를 받았다.

권익위는 조사 결과 이런 의혹을 사실로 확인해 수사가 필요한 내용은 대검찰청에, 관리·감독 사항은 기획재정부에 이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4년 동안 시설부대비 450억원, 보상비 약 149억원 등을 인건비로 전용한 것은 회계원칙 및 공기업 예산 운용지침에 따라 검토 후 집행된 것으로 기재부의 협의 및 승인 사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집행된 인건비는 당해 연도 총 인건비에 포함돼 정부경영평가에 반영됐다"며 "더 많은 성과급을 받기 위한 불법 전용 또는 사익 도모를 위한 구조화된 부패 관행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교통사고 등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교통안전법 및 내부 업무 기준에 의거해 자체 통계 관리하고 있다"며 "평가 등급 상향을 위해 실적을 조작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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