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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순간을 추억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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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섭 파크원호텔 매니지먼트 대표

김기섭 파크원호텔 매니지먼트 대표는 “호텔은 ‘먹고 자는 장소’가 아니라 ‘가치를 담은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순간을 추억으로 바꾸다’라는 페어몬트의 가치 실현에 노력하고 있다.

김기섭 파크원호텔 매니지먼트 대표는 “호텔은 ‘먹고 자는 장소’가 아니라 ‘가치를 담은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순간을 추억으로 바꾸다’라는 페어몬트의 가치 실현에 노력하고 있다.

‘Turning Moments Into Memories’(순간을 추억으로 바꾸다).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이 국내 럭셔리 호텔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2021년 팬데믹 속에서 오픈했지만 ‘3년 내 영업이익 달성’이 확실시된다. 김기섭 대표와 파크원호텔 매니지먼트는 ‘호텔 그 이상의 비전’을 꿈꾸고 있다.

2021년 초, 서울 여의도에 파크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외관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갈렸다. 건물을 지탱하는 강렬한 빨강 기둥 아웃테리어에 ‘모던함의 극치’라는 찬사도 있었지만 ‘아직도 공사 중?’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곳은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입주한 호텔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과 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여의도 상권을 확실히 살려놓은 것. 한밤중에도 붉은 조명을 멀리까지 내뿜으면서 “동쪽에서는 시그니엘이, 서쪽에서는 파크원이 서울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는 말이 나온다.

파크원호텔 매니지먼트가 경영하는 페어몬트 호텔이 국내 럭셔리 호텔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나섰다. 글로벌 호텔그룹인 아코르가 한국에 첫선을 보인 브랜드로, 국내 하이엔드 호텔 경쟁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2021년 2월 오픈 이후 ‘3년 내 영업이익’ 목표 달성은 이미 확정적이고, ‘5년 내 경상이익’ 목표도 가능할 것이라는 자체 분석이다.

11월 15일 페어몬트 28층 펜트하우스에서 만난 김기섭 파크원호텔 매니지먼트 대표는 “럭셔리 호텔의 가치란 단순히 머무는 공간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전달해 고객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며 “엔데믹이 오면서 하이엔드 호텔 또한 경쟁이 치열해졌는데 ‘자기 철학’이 강한 호텔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객이 우리 호텔의 레스토랑 등 F&B 서비스를 다양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를 내고, 파크원호텔이라는 빅 텐트 아래 다양한 체인호텔을 운영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팬데믹 속에서도 ‘3년 내 영업이익’ 달성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경이 설계한 파크원에 자리했다.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골드 라운지’와 최고층인 28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 모습. / 사진: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경이 설계한 파크원에 자리했다.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골드 라운지’와 최고층인 28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 모습. / 사진: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파크원 건물이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요즘 뉴스 오프닝 등 방송 배경으로 파크원이 자주 노출된다. ‘한국 고유 무늬인 단청의 빨간색에서 모티브를 얻어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징을 강렬한 컬러에 담았다’는 설계자 리처드 로저스 경의 마지막 작품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2021 그래미 어워즈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BTS)의 단독 공연 무대로 사용되고,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노출되면서 초기 홍보에 성공했다. 이런 스토리텔링 등이 쌓이면서 빠른 시간에 파크원과 페어몬트의 존재를 알린 것 같다.

파크원호텔과 페어몬트의 인연이 궁금하다.

후발 주자인 만큼 우선 국내에 없는 럭셔리 브랜드가 필요했고, 무엇보다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의 새로움을 기준에 두었다. 우리는 페어몬트의 ‘Turning Moments Into Memories’(순간을 추억으로 바꾸다), 즉 고객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는 콘셉트를 주시했다. 페어몬트를 운영하는 아코르 입장에서는 서울 중심가의 초고층 빌딩, 그것도 리처드 로저스 경이 설계한 건물이 상당한 메리트였다고 한다. 캐나다 퀘백의 페어몬트는 중후하고 고풍스러운 샤토 느낌이다. 우리 호텔을 기점으로 현대적 디자인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인데, 아시아 지역에서 페어몬트 오픈을 준비 중인 기업들이 우리 호텔을 찾아 벤치마킹하고 있다.

오픈 당시 목표에 맞는 결과가 나오고 있나?

코로나 정점에서 오픈하면서 굉장히 힘들 거라는 예측은 했지만 상황은 더 심각했다. 호텔은 보통 4~5년 정도 지나야 안정세에 접어드는데 우리는 ‘3년 내 영업이익’, ‘5년 내 경상이익’을 목표로 했다. 지난달(10월) 월 기준 최고 매출을 올렸고, 3년 내 영업이익은 올해 달성할 것이 확실하다. 호텔 매출은 크게 객실과 F&B 분야다. 오픈 당시 객실이 326개였는데 스위트룸을 늘려 객실을 308개로 조정했고, 마리포사 등 식음료 매장을 구성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엔데믹 이후 중장기 전략도 중요할 텐데.

호텔의 경쟁력은 시설과 서비스인데 하드웨어적인 면에서 우리 호텔은 ‘신상’이고, 서비스 교육을 철저히 진행한 덕분에 글로벌 호텔예약 사이트 서비스평가에서도 국내 톱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 파크원호텔 매니지먼트의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비전은 바로 ‘럭셔리 레저 기업’이다. 우선 호텔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F&B 브랜드를 들고 밖으로 나가 프랜차이즈화해서 다른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즐길 있게 하는 것, 그리고 빅 텐트를 쳐놓고 그 아래에 다양한 체인호텔을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브랜드화가 상당히 중요하겠다.

호텔은 부동산 사업이자 장치 사업이다. 호텔 건물을 직접 세워 운영하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아코르나 메리어트, 힐튼이 그렇듯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등 무형자산을 파는 비즈니스가 되어야 한다. 일종의 호텔 플랫폼 비즈니스인데, 이를 위해서는 차별화한 브랜드 구축이 중요하다.

경험한 고객이 소문 내는 ‘버벌 마케팅’ 통했다

페어몬트 호텔은 ESG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꿀벌을 키우고, 일부 객실에 정수기를 설치해 ‘플라스틱 제로’ 도전에도 나섰다.

페어몬트 호텔은 ESG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꿀벌을 키우고, 일부 객실에 정수기를 설치해 ‘플라스틱 제로’ 도전에도 나섰다.

페어몬트 호텔은 펜트하우스 1객실, 디플로매틱 스카이 스위트 2 객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4객실, 프리미어 스위트 12객실 등 308객실과 함께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로비라운지, 29층 루프톱 바 등 다양한 레스토랑과 바를 갖추고 있다. 스파와 피트니스센터에서는 맞춤형 피트니스와 웰니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비즈니스 고객들 사이에선 조식, 애프터눈 티 브레이크, 이브닝 칵테일, 카나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어몬트 골드라운지’가 인기다. 또 그랜드볼룸과 소규모 미팅룸 ‘갤러리 7’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미팅이 진행된다.

무엇보다 ‘첫 방문’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우리는 입에서 입으로 전달해 소문을 내는 ‘버벌(verbal)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포커싱된 고객이 포커싱된 고객을 모시고 오는 구조다. 웨딩이 대표적이다. 럭셔리한 시설에 우월한 식사 퀄리티 덕분에 하객으로 오셨던 분들이 그날 상담하고 예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식자재 본연의 맛을 표현하는 마리포사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고객의 스토리텔링에도 주목한다. 사소한 거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이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인데, 동창회 모임 때 그 학교의 ‘배지’를 사전에 준비해 제공했더니 반응이 상당했다. 고객의 마음을 터치할 수 있는 감성 마케팅이다.

외국인 관광·비즈니스 유치는 어떻게 진행하나?

우리 호텔 숙박의 경우 외국인 고객이 70~80%를 차지한다. 기본적으로는 아코르그룹의 멤버십을 통한 예약 망 유입이 있다. 여기에 우리는 비즈니스 트립을 통해 직접 현지에 나가 관광객과 비즈니스 고객을 유치한다. 한국의 관광업, 특히 호텔업계에는 중국인 수요가 상당히 중요한데 이를 위해 최근 알리바바와 제휴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최고층, 335㎡의 펜트하우스 고객층이 궁금하다.

외국 국빈이 오신 적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최근엔 카타르 등 중동지역의 왕족들이 많이 오신다. 그들은 많은 인력과 짐을 꾸려서 체크인하고, 엄청난 쇼핑 물건을 들고 체크아웃한다. 대부분 호텔에서 이그제큐티브 이상 객실의 투숙률이 떨어지지만 우리 호텔은 회전율이 꽤 높은 편이다. 또 호텔이 신상이라 명품 브랜드의 론칭 행사가 많다. 특히 프라이빗한 행사가 가능한 ‘갤러리 7’과 ‘이그제큐티브 스위트’가 인기다.

최근 호텔업계의 ESG 경영도 눈에 띈다.

우리 호텔 또한 지속가능한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우선 페어먼트는 모든 호텔에서 환경보호 차원에서 꿀벌을 기른다. 우리 건물 옥상에 헬기장이 있어서 불가피하게 용산에서 양봉을 하다가 지금은 남양주에서 벌을 키우고 있다. 1년에 100㎏ 정도 꿀을 얻는데, 이를 고객들에게 판매해 수익금 전체를 기부한다. ‘플라스틱 제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몇몇 객실에서 생수통을 빼고 정수기 설치를 준비하고 있는데, 고객 반응을 체크해서 전 객실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기섭 대표는 서강대학교 영문과 졸업 후 1989년 SK그룹 공채를 거쳐 워커힐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35년 동안 호텔리어의 길을 걷고 있다. 세일즈마케팅팀, 구매팀, 기획팀, 심지어 쇼와 이벤트를 기획 운영하는 예능팀 등 호텔의 모든 업무를 경험했으며, W 호텔 오픈팀장, 마케팅본부팀장, 전략기획팀장을 역임했다. W 호텔과 페어몬트 호텔을 오픈한 것이 그의 큰 자산이다.

최근 호텔업계의 이직이 심하다.

우리나라 호텔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사실 서비스 수준은 30년 전보다 아래라고 본다. 절대 서비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은 많은데 급여는 적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떠나는 현실이다. 아직 우리나라엔 ‘This is Hotel’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만한 호텔이 없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우리가 그것을 만들어가자, 지금이 그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HR팀인 TNC(탤런트&컬처)팀을 통해 특급호텔 중 가장 뛰어나다고 자랑할 만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자리 창출 많은 호텔업 지원해줘야”

청소년의 진로탐색 책을 낸 것도 같은 이유인가.

호텔업은 대표적인 외화내빈 산업이자 3D 업종에 속한 다. 요즘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친구들도 호텔에 취직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에게 호텔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희생과 봉사정신’이 없으면 자신은 물론이고 동료와 고객도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 집필을 시작했는데 나중엔 의무감 같은 게 생겼다. 호텔리어를 꿈꾸는 후배들이 K-푸드, K-서비스 등 다양한 한국의 경쟁력을 활용해 세계적 호텔 체인을 만들기를 희망하며 『세계로 향하는 K-서비스 호텔리어』를 썼다.

엔데믹 이후 호텔업계 전망은.

외교 관계, 풍토병 발생, 환율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호텔업계를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자기만의 색깔을 고집하는’ 호텔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고객이 많이 오신다고 좋은 게 아니다. 절대 서비스 인력이 부족해진다. 타깃이 정확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고집스럽게 밀고 갈 수 있는 리더, 또 그것을 기다려주는 오너십이 중요하다. 또 고용 창출의 일등 공신은 관광산업이다. 특히 호텔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엄청나다. 정부가 호텔업에 세제 혜택 등 지원을 해주면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될 것이다.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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