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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우리집] 고혈압·콜레스테롤 오래될수록 심뇌혈관에 큰 문제 일으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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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심뇌혈관 질환 예방하려면

콜레스테롤 쌓이면 혈관 좁아져  
혈압 관리 땐 질환 위험 60% 낮춰  
최적의 LDL 콜레스테롤 유지 중요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혈관부터 수축한다. 열 손실을 막아 체온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심장과 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고 터지는 뇌졸중·심근경색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연간 전 세계 인구 약 2000만 명이 심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다. 그중에서도 허혈성 심장질환(협심증·심근경색)과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자는 각각 940만 명과 387만 명에 달한다. 심뇌혈관 질환은 그만큼 치명적이다.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률을 높이는 위험 인자는 ‘고혈압’과 ‘콜레스테롤’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 심뇌혈관 질환 사망자 가운데 고혈압이 원인인 경우는 무려 1100만 명에 이른다. 높은 LDL 콜레스테롤(혈관에 염증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원인인 경우는 약 380만 명이다. 특히 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심뇌혈관 질환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고혈압 위험까지 높인다. 마치 심뇌혈관 질환 발생에 ‘액셀’을 밟는 작용을 한다.

뇌졸중·심근경색 등 이어져 위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혈압까지 상승하는 이유는 뭘까. 콜레스테롤이 혈관 내막에 쌓여 혈관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혈관이 좁아지면 심장은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기 위해 더 큰 압력을 가하면서 혈액을 밀어낸다. 이 과정에서 혈압이 높아지면 혈액이 흐를 때마다 혈관에 상처가 생기고, 해당 부위에 다시 콜레스테롤이 축적된다. 결국 또다시 혈압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은 가중된다.

한국인의 경우 고혈압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앞서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질병관리청·국민건강영양조사에 등록된 18세 이상 성인 3만8000여 명의 고혈압 유병률과 고혈압 환자의 20년간 심뇌혈관 질환 위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고혈압 병력이 20년 이상이면 뇌졸중은 12.2%, 허혈성 심장질환 14.6%, 심근경색 5.0%, 협심증 10.6%로 위험도가 높아졌다. 이는 고혈압 유병 기간이 1년 미만인 환자들의 발병률보다 적게는 4배에서 많게는 6.5배까지 높은 수치다. 반면 고혈압 환자가 목표 혈압(140/90㎜Hg) 이하로 혈압을 관리할 경우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최대 약 60%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유병 기간과 비례해 뇌 기능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스웨스턴의과대 연구팀에 따르면, 누적 혈압이 높을수록 인지 기능과 기억력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에서 191명을 대상으로 30년간 혈압 수치와 각종 검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다. 누적 혈압은 혈압 수치와 기간(연도)을 곱한 값이다.

혈압·콜레스테롤 동시 관리해야

혈압만큼 콜레스테롤 수치도 중요하다. 콜레스테롤에 노출된 기간에 따라 심혈관 질환의 평균 발병 연령을 유추할 수 있다. 10대부터 높은 콜레스테롤에 노출되면 심혈관 질환의 발병 연령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오랫동안 낮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지하거나 이른 나이에 콜레스테롤 관리를 시작한 경우 심혈관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학협회저널 심장학(JAMA Cardiology)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젊을 때 누적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중년 이후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절반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평균 연령 56세인 1만8000여 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한 분석 결과다. 약 16년간 누적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4개의 그룹으로 나눴을 때 누적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높은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57% 더 높았다. 이는 젊은 나이부터 최적의 LDL 콜레스테롤 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혈관 속 무서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에서는 수축기 혈압과 LDL 콜레스테롤을 함께 낮추면 심혈관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약 44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각각 약 39㎎/dL, 10㎜Hg씩 낮추면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78%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68% 줄었다. 또한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수축기 혈압을 약 14㎎/dL, 3㎜Hg로 아주 살짝 낮췄을 경우에도 평생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40% 낮아졌다. 이에 대해 책임 연구자인 페렌스 교수는 “비록 작은 수치일지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LDL 콜레스테롤과 수축기 혈압을 낮춘다면 심혈관 질환 위험률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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