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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울릉도 갈땐 어두운 옷 입지 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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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울릉군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육지와 약 210㎞ 떨어져 있는 섬 울릉도에는 ‘농가 기피 대상 3종’으로 꼽히는 고라니와 멧돼지·까치가 서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꿩이 활개를 치면서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소탕하기 위해 울릉군은 올해 1600마리 포획을 목표로 잡고 엽사 16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오는 11일부터 내년 2월 7일까지 59일간 울릉도에서 포획단으로 활동한다.

울릉도에는 애초 꿩이 살고 있지 않았지만 1980년대 한 주민이 식용과 관상용으로 수십 마리의 꿩을 키우던 중 태풍으로 우리가 망가지면서 꿩이 탈출해 섬 전체에 급속도로 늘었다. 꿩이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게 된 것은 울릉도에 매나 독수리 같은 천적이 거의 없어서다. 울릉군이 2016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울릉도에는 꿩 1만 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 울릉군에서 포획당한 꿩 사체. 울릉군은 엽사 16명 규모 포획단을 운영한다. [사진 울릉군]

경북 울릉군에서 포획당한 꿩 사체. 울릉군은 엽사 16명 규모 포획단을 운영한다. [사진 울릉군]

꿩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울릉군은 1998년부터 꿩잡이를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최근 포획한 꿩 수는 2017년 275마리, 2018년 134마리, 2019년 152마리, 2020년 383마리, 2021년 268마리다. 그러다가 지난해엔 806마리로 급증했다.

울릉도 꿩은 떼로 몰려다니며 봄철 울릉도 특산물로 농가 주요 소득원이 되는 명이(산마늘) 새순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반면 울릉도에서 한때 서식했던 까치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경북도는 1991년 울릉도에 까치 34마리를 서식하도록 풀어놨다. 하지만 까치는 울릉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5~6년 뒤부터 점차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더니 2000년대 들어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평지에 주로 서식하는 까치에게 울릉도 지형이 잘 맞지 않아 제대로 번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평지는 물론 구릉·산간초지·숲 등 가리지 않고 서식하는 꿩과는 대조적이다.

울릉군은 총기 사용에 따른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포획단에 눈에 잘 띄는 밝은 복장을 착용하도록 하는 한편 주민과 관광객에게는 산행을 자제할 것을 알리고 마을 곳곳에 플래카드를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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