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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 뺏고 노예생활 시켰다, 고교 동창 '끔찍 가스라이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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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창을 심리적으로 지배해 거액을 뜯어낸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 강선주)는 고교 동창인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5년간 1억6000만원을 빼앗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폭행해 중상을 입힌 혐의(공갈·강요·중상해)로 A씨(24)를 구속기소 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24)는 2018년 학교 추천으로 일본 오사카에 함께 유학을 떠나면서 같은 아파트에서 생활하게 됐다. A씨는 타국 생활에서 B씨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이용해 엄격한 규칙을 지키도록 강요했다. 휴대전화 및 PC 사용시간부터 식사와 수면, 목욕시간까지 B씨 생활 전반을 통제했다. “밥 먹었습니다” “세수했습니다” 등 모든 사소한 일상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화장실 이용시간은 최대 10분, 샤워와 식사는 각 20분. 이를 어길 시 벌금 10만원” 같은 규칙도 있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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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B씨에게 자신 외에는 외부인과 소통도 하지 못하게 제한했다. B씨의 카카오톡·라인 메신저를 직접 관리하며 가족·지인들에게 마치 자신이 B씨인 것 처럼 속여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10만원부터 1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물렸다. 벌금이 누적되면 ‘엎드려뻗쳐’ 등 체벌을 가했다.

가스라이팅(심리지배)은 금전 갈취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 해 11월 “게임회사에 취업시켜주겠다”며 “대신 게임 목표 달성이나 후기 작성 등 성과를 내야 한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해 변상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입했다. A씨는 이런 내용을 담은 ‘변제계약서’도 작성해 B씨에게 이행하도록 강요했다. 이처럼 A씨가 작성한 각종 계약서와 생활규칙 문서는 20개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B씨는 이듬해인 2019년 3월부터 실제 자신이 게임회사에 취업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2020년 12월부터는 실제로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줄 알고 A씨에게 부모님이 보내 온 생활비의 80%를 송금했다. A씨가 요구한 액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엔, 방학 때 한국에서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일당을 보냈다. 검찰은 B씨의 진술과 관련 금융거래 내역 등을 통해 그가 2020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05회에 걸쳐 1억6000만원을 A씨에게 송금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래픽=김주원

그래픽=김주원

A씨는 지난해 9월 미리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 게임을 했다는 이유로 B씨를 폭행하기도 했다. B씨는 일본 현지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고 세 차례 뇌수술을 받았다. 구음 및 보행장애를 얻게 됐다. A씨는 이 과정에서도 자신이 B씨인 것처럼 속여 그의 가족들에게 “넘어졌다”고 연락한 뒤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검찰에서 “카카오톡과 라인 등 소셜미디어(SNS) 계정까지 A가 관리하는 것을 보고 도움을 구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의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B씨가 정상적인 삶을 되찾도록 심리 상담과 경제적 지원 등 피해자 지원을 했고, 피고인에 대해서는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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