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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만에, 고국 품에 안겼다…일제 강제동원 故최병연 추도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전남 영광군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일본 타라와 강제동원 희생자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봉환 추도식이 거행되고 있다. 황희규 기자

4일 전남 영광군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일본 타라와 강제동원 희생자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봉환 추도식이 거행되고 있다. 황희규 기자

태평양전쟁 조선인 첫 유해 봉환 

일제시대 강제동원 됐다가 태평양 타라와 전투(1943년 11월 20~23일)에서 숨진 고(故) 최병연(당시 25세)씨 유해가 80년 만에 돌아왔다. 이 전투에서 숨진 조선인 유해 중 고국에 봉환된 것은 최씨가 처음이다.

행정안전부는 4일 오후 전남 영광군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최씨의 유해봉환 추도식을 열었다. 영광은 고인의 고향으로 유족이 사는 데다가 선산에 최씨 가묘가 마련돼 있다.

추도식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가족·영광군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 고인의 넋을 기렸다.

지난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1943년 태평양전쟁 타라와 전투의 희생자 故 최병연씨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1943년 태평양전쟁 타라와 전투의 희생자 故 최병연씨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홀로 남아 아버지 맞아”

이상민 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긴 세월 생사를 몰라 애태우며 지내오신 유가족분들께 진심어른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고인은 고국으로 돌아오셨지만, 해외에서 아직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분이 많이 계신다. 정부는 마지막 한 분의 유해가 봉환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차남인 최금수(82)씨는 추도사에서 “2019년 기적처럼 타라와에서 아버지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형님과 저는 당장 고국에 모셔올 수 있을 거라는 부푼 기대를 가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또다시 4년이라는 긴 시간을 견뎌야 했다”며 “그 사이 형님은 세상을 떠나셨고, 이제 저만 홀로 남아 아버지를 맞이하게 됐다”고 했다.

타라와 강제동원 희생자인 고(故) 최병연씨의 차남인 최금수씨가 4일 전남 영광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유해봉환식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스1]

타라와 강제동원 희생자인 고(故) 최병연씨의 차남인 최금수씨가 4일 전남 영광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유해봉환식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스1]

아내, 두 아들 남기고 강제 동원 

1942년 11월 24세였던 고인은 남태평양 타라와 섬에 강제 동원됐다. 이후 1년 만에 일본과 미국 사이에서 발생한 타라와섬 전투서 희생됐다. 당시 6000명이 넘는 전사자가 발생했다. 한국 정부가 유전자 대조 작업을 한 결과 사망자 중 조선인 징용 피해자는 1117명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신원이 확인된 것은 최씨가 유일하다. 정부는 2020년 최씨 유해봉환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이번에 돌아오게 됐다.

최씨 유해는 지난해 9월 미국 국방성이 하와이로 옮겼다가 지난 3일 오후 6시 30분쯤 인천공항으로 봉환됐다.

타라와 강제동원 피해자 유해 발굴 현장 모습. 사진 행정안전부

타라와 강제동원 피해자 유해 발굴 현장 모습. 사진 행정안전부

시민단체 “단 한 명도 남김없이 가족 품으로”

추도식에 앞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지역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태평양전쟁 희생자 광주유족회를 이끌었던 이금주 회장의 남편인 고(故) 김도민씨도 타라와섬에 강제 동원됐다가 숨졌다. 최씨와 동원 시기, 사망 장소, 사망 일자가 일치한다”며 “타라와를 비롯해 하이난섬,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희생자, 조세이 탄광 사망자 등 일제 때 동원돼 사망한 피해자 유골을 발굴해 단 한 명도 남김없이 가족 품으로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4일 전남 영광군 영광문화예술의전당 앞에서 일본 타라와 강제동원 희생자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봉환 추도식이 열리기 앞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정보의 사죄 등을 촉구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4일 전남 영광군 영광문화예술의전당 앞에서 일본 타라와 강제동원 희생자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봉환 추도식이 열리기 앞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정보의 사죄 등을 촉구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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