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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딸 마트 데려 갔다간…" 엄마는 온라인서 싼 장난감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수원에 사는 김완수(38)씨는 가방·신발 같은 잡화부터 딸 장난감까지 모두 인터넷 쇼핑몰인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찾아 주문한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은 올해 들어 가 본 날이 손에 꼽는다. 그는 “6살 딸을 데리고 잘못 나갔다간 티니핑 같은 장난감 때문에 몇십만원이 우습게 나간다”며 “인터넷으로 무조건 싼 걸 찾아서 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 뉴스1

지난달 7일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 뉴스1

소매판매 줄었는데, 온라인쇼핑은 최대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그러나 내수가 위축한 상황에서 온라인쇼핑만 유독 늘어나 ‘불황형 성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 자체는 줄이면서도 값싼 물건을 찾기 위해 온라인쇼핑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4일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조9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8%(2조1196억원) 증가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20조원을 넘은 건 역대 처음이다. 그러나 오프라인까지 포함한 10월 전체 소매판매액(53조8724억원)은 지난해 같은 달(53조9885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내수 시장은 1년 새 쪼그라들었는데, 온라인쇼핑만 호황이라는 뜻이다.

실제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 상품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월 26.8%로 1년 전(24.4%)과 비교해 2.4%포인트 늘었다. 지난 8월(25.6%)·9월(24.6%)과 비교해도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가 위축한 상황에서 비대면 거래가 대폭 늘었던 2021년(27.5%)과 비슷한 수준이다.

무점포 판매 늘고, 백화점·슈퍼·편의점 줄어

내수 위축으로 인한 온라인쇼핑 증가 흐름은 또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8%, 1년 전과 비교해서는 4.4% 감소했다. 특히 소매 업태별로 보면 1년 전보다 판매액이 늘어난 건 무점포소매(3.1%)와 대형마트(0.2%)뿐이다. 온라인쇼핑·홈쇼핑 등이 무점포소매에 포함된다.

백화점·면세점·전문소매점·슈퍼마켓·편의점 등 오프라인 시장의 판매액은 일제히 감소했다. 10월에 개천절(3일)·한글날(9일) 등 공휴일에 임시공휴일(2일)까지 지정해 쉬는 날이 많았음에도 돈 쓰러 나가는 사람은 적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소비 심리는 최악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0.9포인트 하락하면서 97.2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전월 대비 4개월 연속 떨어지면서, 올해 4월(95.1)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한은은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이 지속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업까지 위축

물건뿐 아니라 서비스 소비까지 위축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8% 늘어 증가 폭이 0%대에 머물렀다. 2021년 2월(-0.8%)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영향권에서 회복하면서 서비스업 생산은 2021년 하반기부터 증가세를 이어왔는데 올해 들어 둔화세가 뚜렷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실질소득이 줄면서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면서 “오프라인과 비교해 가격 비교가 용이하고, 가격도 더 싼 온라인 소비로 넘어오는 게 불황 소비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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