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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아파트서 콜센터 차려 20억 챙겼다…보이스피싱 총책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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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중국에 콜센터 사무실을 차린 뒤 20억원대 규모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벌인 조직의 총책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9단독 차호성 판사는 범죄단체조직·활동,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보이스피싱 총책 A씨(41)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범행을 위한 범죄단체를 꾸리기로 공범들과 모의한 뒤 2014년 3월 중국 칭다오의 한 아파트에 콜센터를 차렸다.

공범 B씨(40)는 인터넷 게시판에 ‘중국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글을 올려 비자와 항공권을 주고 상담원들을 모집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사무실과 숙소를 빌려 설비를 갖춘 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상담원들에게 실명이 아닌 가명을 사용하도록 하고 상담원 간 사적인 연락을 하지 않도록 하는 등 행동강령도 만들었다.

A씨는 공범들과 이런 방식으로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정부에서 운영하는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보증서 발급 비용이 필요하다’고 속이는 등의 방법으로 2020년 6월까지 134명의 국내 피해자로부터 20억680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포통장을 이용하고, 문화상품권 고유번호로 편취금을 보내게 한 뒤 국내 환전업자를 거쳐 외화로 바꾸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020년 A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 수배서를 발부받은 뒤 중국 공안에 공조수사를 요청, 칭다오에서 검거된 A씨를 지난 5월 말 국내로 데려왔다.

차 판사는 “보이스피싱은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져 피해 회복이 쉽지 않고, 더구나 현금 수거책도 무거운 처벌을 받는데 총책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대포통장을 모집하고 범죄수익을 환전하는 역할을 한 공범이 하얼빈에 있다는 A씨의 주장이 허구로 보이지는 않아 공범과 범죄 수익을 균분해 추징한다”면서 추징금 8억671만원을 명령했다.

앞서 붙잡혀 범죄단체가입·활동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와 상담원 등 공범 18명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징역 2년의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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