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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 오너 부회장 경영 전면에…재계 ‘세대교체’ 속도 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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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재계에서 1980년대생 오너 일가 3·4세가 속속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세대교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반면 ‘아버지 오너’와 ‘아들 오너’ 사이를 잇던 샐러리맨 출신 부회장들은 연이어 물러나면서 그룹마다 부회장단 규모는 점점 축소되는 추세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이 속속 내년도 임원 인사를 시행하는 가운데 30·40대 오너 3·4세의 승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가장 먼저 HD현대그룹에서 오너 3세인 정기선(41) HD현대 사장이 지난달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오너 경영 체제를 예고했다. 코오롱그룹의 4세인 이규호(39) 사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인 오너 3세 박세창(48) 금호건설 사장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8위인 GS그룹은 가장 많은 오너 4세를 승진시켜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허윤홍(44) 사장이 GS건설 대표에 올랐고, 허철홍(44) GS엠비즈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40세 동갑인 허주홍 GS칼텍스 기초화학 부문장과 허치홍 GS리테일 본부장도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이 밖에 OCI그룹이 화학계열 유니드 사장으로 선임한 오너 3세 이우일(42) 부사장, 삼양홀딩스의 김건호(40) 사장 등 1980년대생 오너의 승진도 눈에 띈다. 오는 6일로 예상되는 롯데그룹 임원 인사에서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37) 롯데케미칼 상무의 승진 여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젊은 오너의 급부상에 대해 “때가 됐다”고 분석한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의 오너가 1960·70년대생으로 젊어진 가운데, 다른 그룹도 자연스럽게 30·40대 젊은 오너를 일선에 포진시킬 시점이라는 얘기다.

이와 맞물려 60세 안팎의 부회장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젊은 오너가 아버지 세대처럼 이른바 ‘2인자’를 두는 대신, 계열사 대표와 직접 소통하면서 빠른 의사결정과 그룹 장악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지난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에 이어, 올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구광모 회장 취임(2018년) 당시 6명이던 부회장이 2명으로 줄었다. 한때 부회장만 14명이 있었던 현대차그룹은 2021년 말 윤여철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사실상 부회장단이 해체됐다. SK그룹은 4대 그룹 중 가장 많은 4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지만 오는 7일 예정된 인사에서 절반 이하로 축소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인공지능(AI) 혁명 등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기업도 대전환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신산업 패러다임을 이해할 수 있는 젊은 경영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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