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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희망’ 라피더스 “삼성과 정면승부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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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라피더스의 최첨단 칩 시험 생산라인 ‘IIM-1’ 부지. 차량으로 5분 거리에 홋카이도의 관문 신치토세 공항이 인접해있다. 이희권 기자

라피더스의 최첨단 칩 시험 생산라인 ‘IIM-1’ 부지. 차량으로 5분 거리에 홋카이도의 관문 신치토세 공항이 인접해있다. 이희권 기자

베일에 싸여 있던 ‘일본 반도체 부활의 희망’ 라피더스가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다만 당초 비전과는 달리 몸을 다소 낮추는 모양새다. 라피더스는  TSMC와 삼성전자·인텔 등을 겨냥해 지난해 8월 토요타·소니·키옥시아 등 일본 대표 기업 8곳이 출자해 설립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다.

에노모토 타카오 라피더스 전무는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제조기술학술대회(KISM 2023)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최첨단 칩 시제품을 생산하는 파일럿 라인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노모토 전무는 3차원(3D) 반도체 칩 조립을 담당하는 시니어 엔지니어로, 라피더스 측이 구체적인 생산 계획과 전략을 국내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피더스는 앞서 2027년 세계 최고 수준인 2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생산을 첫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에노모토 전무의 이번 발언은 애초 공개한 계획보다는 다소 늦은 시점이다.

에노모토 전무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라피더스는 TSMC나 삼성과는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라며 “일부 고객사를 위한 맞춤형 칩 생산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정면 승부에 나설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TSMC나 삼성전자처럼 대규모 물량을 수주하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우기보다는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차량용 반도체 등 특정 영역 수요를 겨냥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파운드리 틈새시장에 안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장 토요타·소니·NTT 등 라피더스에 출자한 기업의 자체 반도체 수요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첨단 칩 생산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은 라피더스와 함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앞세워 ‘반도체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캐논은 최근 독자 개발한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 기술을 적용해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대체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반도체 산업의 패권을 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여기에 라피더스마저 첨단 칩 양산에 성공하면 메모리 반도체의 키옥시아·마이크론에 이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제조기지를 갖추며 일본만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게 된다. 라피더스가 일본 반도체 부활의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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