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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예선 하프타임 때 ‘수녀’ 28명 깜짝 무대…뮤지컬 마케팅의 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10월 코엑스몰에서는 뮤지컬 ‘렌트’ 배우들이 공연했다. [사진 신시컴퍼니]

10월 코엑스몰에서는 뮤지컬 ‘렌트’ 배우들이 공연했다. [사진 신시컴퍼니]

“오늘 내 얘기 잘 들어봐~. 오늘 참 럭키 럭키 데이, 길을 가는데 까만 리무진 탄 사모님이 날 부르더라~.” 또랑또랑한 고음이 라이브플라자에 울려 퍼지자 행인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뮤지컬 ‘렌트’의 넘버를 부르며 나타났다. 맞은 편에서는 가수 조권이 다음 소절을 이어 부르며 등장했고, 둘은 사람들 사이를 휘저으며 함께 ‘투데이 포유’를 불렀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열린 뮤지컬 ‘렌트’ 록 콘서트 장면이다.

뮤지컬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뮤지컬 팬이 아니라도 볼 수 있도록 쇼핑몰에서 깜짝 콘서트를 열고, 2030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작품 속 세계처럼 꾸민 팝업 스토어를 열어 시선을 끈다. 일반인에게 노출을 늘려 관객 확보는 물론, 뮤지컬 시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도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주인공 오스칼 역의 옥주현·김지우 등이 주요 넘버를 선보였고 일부 장면을 연기했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연말 예정이었던 개막을 내년 7월로 미뤘다. 대신 콘서트를 열었고, 콘서트 티켓 구매자는 내년 뮤지컬 개막 때 먼저 예매할 수 있는 특전을 줬다. ‘맛보기’ 공연과 선 예매 혜택 등으로 팬심을 붙잡아 두겠다는 전략이다.

마리 퀴리의 실험실을 체험하는 팝업스토어도 서울 성수동에 개장했다. [사진 라이브]

마리 퀴리의 실험실을 체험하는 팝업스토어도 서울 성수동에 개장했다. [사진 라이브]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마리 퀴리’는 지난달 3일부터 열흘간 서울 성수동에 마리 퀴리 생가를 재현해 라듐의 방과 실험실로 팬들을 초대했다. 방문객들은 라듐 발견 순간을 재연하며 인증샷을 남겼다. 라듐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꺼운 벽장을 밀어 숨겨진 문을 찾아내도록 해 재미를 더했다. 방문객의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유도해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도록 한 전략이다.

지난달 서울 상암구장에서는 월드컵 예선전 하프타임 때 뮤지컬 ‘시스터 액트’ 배우들이 깜짝 등장해 짧은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난달 서울 상암구장에서는 월드컵 예선전 하프타임 때 뮤지컬 ‘시스터 액트’ 배우들이 깜짝 등장해 짧은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눈길을 끌기 위해서라면 뮤지컬 배우들이 축구장으로도 뛰어든다. 지난달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싱가포르 경기 하프타임 때 수녀 28명이 그라운드에 올라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6만 관중이 열광했다.

부산·서울에 이어 대구 공연을 이어가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캐릭터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마스코트 ‘오유령’은 카리스마 넘치는 팬텀의 귀여운 캐릭터 버전이다. 꽃잎을 하나씩 떼며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향한 마음을 확인하는 오유령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에는 2000개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지난 6월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 오유령 아트 피규어는 프리오더 시작 5일 만에 매진됐다.

전문가들은 잠재 관객을 객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뮤지컬 마케팅이 더욱 적극적이고 형태도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 심화에 따른 현상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여러 작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관객 풀을 넓히기 위해 쇼핑몰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깜짝 이벤트를 열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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