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글로벌리포트

그래서, 바이든이야? 트럼프야? 美대선 40년 맞힌 '족집게'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이승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의 민심은 누구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할까. 내년 11월 5일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 결과가 벌써 궁금하다면 미 증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1984년부터 선거의 향방을 100% 맞춘 ‘족집게 도사’가 있기 때문이다.

“대선 전 3개월 S&P500 하락=정권교체”

지난달 16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거래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6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거래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인공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한 500개 대표기업의 주가를 평균화해 만든 미국의 대표 증시 지표다. 미 투자전문기관 CFRA의 샘 스토볼 수석 투자전략가가 내놓은 예측 모델에 따르면 대선 직전 3개월(7월 31일~10월 31일)의 S&P500 지수가 상승세면 집권당이 승리하고, 하락세면 정권이 바뀐다.

실제로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이 S&P500과 대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니 1944년부터 2020년까지 치러진 20번의 대선 중 17번이 스토볼의 예측 모델에 들어맞았다. 1984년 이후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2020년 대선에도 직전 3개월간 지수 하락폭은 -0.6%였고,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정권이 교체됐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골드만삭스 “내년 S&P500 약세 가능성”

지난달 14일 미국 콜로라도주 손턴의 코스트코 매장에서 고객들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4일 미국 콜로라도주 손턴의 코스트코 매장에서 고객들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대선은 어떻게 될까. 내년 S&P500 지수가 부진할 거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대선이 치러진 해에는 주식시장 수익률이 이전 평균을 밑돌았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근거는 1984년 이후 대선이 치러진 해의 S&P500 지수 평균 상승률(4%)이다. 대선이 없는 기간(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 주식전략가는 “누가 대통령이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여파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제러미 슈워츠 노무라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로 기업과 가계가 충격에 많이 노출되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경제 나아질 것” 예상도…팬데믹 등 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6일 델라웨어주 베어에 위치한 전미 여객 철도공사를 방문해 자신의 경제 정책인 이른바 '바이든노믹스'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6일 델라웨어주 베어에 위치한 전미 여객 철도공사를 방문해 자신의 경제 정책인 이른바 '바이든노믹스'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반면 미국 경제가 큰 충격 없이 순항할 거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 대비 0%로 둔화했다”며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잡고 연착륙할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반적 경제 흐름보다 대선 직전의 대형 이벤트가 중요하단 분석도 나온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 집권당의 발목을 잡은 경제적 충격이 대선 결과를 바꿔놨다는 해석이다.

트럼프에 떠는 전기차·재생에너지 

지난달 18일 미국 아이오와주 포트도지에서 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달 18일 미국 아이오와주 포트도지에서 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차기 대선 구도가 현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권가에선 수혜·피해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바이든·트럼프 수혜주의 운명이 4년만에 정반대로 바뀔 수 있어서다.

가장 주목받는 건 전기차·2차전지·신재생에너지다. 바이든이 재선되면 이들 분야에 연방정부의 지원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트럼프는 “전기차는 사기” “해상 풍력터빈 때문에 고래가 죽는다”라고 외치며 지원 중단을 주장한다.

증권가는 예민하게 반응 중이다. 전기차 회사 루시드그룹의 주가는 지난 1일 4.33달러로 3개월 전보다 32% 하락했다. 미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퍼스트솔라 주가도 160.29달러로 같은 기간 14% 하락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부각됨에 따라 정부 지원이 크게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K-배터리 3사·현대차도 긴장

지난해 10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지난해 10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한국의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와 현대차 그룹도 미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맞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시행된 IRA는 7400억 달러(약 959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산업을 지원하는 법이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972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배터리 3사는 현대차·GM·포드·스텔란티스 등과 미국에 합작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거나 건설 중이다. 3사의 미국 투자액만 45조원이다. 현대차그룹도 조지아주에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때문에 IRA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 등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면 이들의 사업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공화당이 승리해도 큰 변화가 없을 거란 분석도 있다. 전기차·배터리 투자 대부분이 미시간·조지아 등 대선 경합지에 몰려 있어서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IRA가 공화당의 텃밭 지역에서도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정권이 교체돼도 IRA를 무작정 폐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빅테크·석유기업, 바이든 껄끄러워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의 미 석유기업 셰브론의 주유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의 미 석유기업 셰브론의 주유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빅테크와 석유 기업 운명은 정반대다. 바이든이 재선되면 반(反)독점을 내세우며 빅테크를 향한 규제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 석유 기업도 신재생에너지를 중시하는 정부에 정책적 외면을 받을 수 있다. 도리어 코로나19·인플레이션 기간 폭리를 취했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가 높은 세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돌아오면 상반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일본 경제매체 겐다이(現代) 비즈니스는 “트럼프는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석유 등 기존 에너지 기업 친화 정책을 벌일 것”이라며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과 엑손모빌·셰브론 등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가 당선돼도 뜨는 업종은?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둘 중 누가 당선돼도 투자 확대가 예상되는 업종을 보라는 조언도 나온다. 강채현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와 바이든은 많은 부분에서 충돌하나 반중 스탠스·자국 우선주의·인프라 투자·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등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5세대(5G) 통신망이 대표적이다. 바이든은 지난 6월 400억 달러(약 51조 원)를 투입해 5G 등 초고속 인터넷망을 2030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트럼프도 2020년 대선에서 1조 달러(약 1200조원) 인프라 확충 공약에 5G 등 통신망을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