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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명 앗아간 오토바이 폭주…부산도 뒷번호판 찍어 다 잡는다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30일 서울 중랑구 망우로 상봉지하차도 앞 도로에 후면 무인교통단속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뉴스1

지난 3월 30일 서울 중랑구 망우로 상봉지하차도 앞 도로에 후면 무인교통단속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뉴스1

1일 부산 도시철도 경성ㆍ부경대역 4번 출구 앞. 보행자와 함께 인도 위에서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던 오토바이가 청신호로 바뀌자 횡단보도 위를 내달렸다. 횡단보도를 이용해 중앙선을 넘은 오토바이는 다시 차로에 진입해 부경대 방면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이곳을 자주 다닌다는 대학생 원진현(23)씨 “길을 건너는 사람이 있는데도 신호를 어긴 오토바이가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일이 잦다. 이를 보면 불안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딸배’ 등 혐오표현까지 등장했다. 오토바이를 탄 불법 행위를 일삼는 일부 배달 종사자 등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뒷면 번호판 잡아내는 단속 카메라 설치

앞으로 이 도로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오토바이는 모두 적발된다. 부산자치경찰위원회가 ‘이륜차 후면 번호판 무인 교통단속 장비’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설치된 장비는 모두 2대로, 광안리와 대연동을 잇는 용소로 양방향을 단속한다. 기존 단속 카메라와는 달리 정면이 아닌 뒷면을 비추도록 설비돼 번호판이 뒤에만 있는 오토바이 등 이륜차도 단속할 수 있다. 앞서 서울과 전남 여수, 충남 논산 등지에서 후면 단속 카메라가 설치됐다. 부산에서 후면을 단속할 수 있는 카메라가 설치된 것은 처음이다.

후면 단속 카메라의 관리자 화면. 차량 속도외 주행 차선, 안전모 착용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 (주)인펙비전

후면 단속 카메라의 관리자 화면. 차량 속도외 주행 차선, 안전모 착용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 (주)인펙비전

이 카메라를 만들어 부산에 설치한 ㈜인펙비전 강현인 대표는 “후면 단속 장비는 위반하는 장면을 채증하는 동시에 뒷면 번호판을 식별하는 역할을 한다. 정확한 식별을 위해 AI 머신러닝 기능이 탑재돼있고, 시속 250㎞로 달려도 번호판 숫자를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보여준 ‘관리자 화면’에선 신호ㆍ과속 위반 여부는 물론 위반 순간 속도와 주행 차로, 운전자 안전모 착용 등 내용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장비 운영은 부산경찰청이 맡는다. 앞으로 3개월은 시범운영·계도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위법 행위가 적발된 사실을 운전자에게 고지하지만, 벌점이나 과태료 등은 부과하지 않는다.

5년 새 사고 7000건, 114명 숨졌다

부산자치경찰위가 후면 단속 장비를 도입한 건 이륜차 과속ㆍ신호위반에 따른 사고와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집계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부산에서는 이륜차 교통사고가 7394건 일어났다. 이로 인해 114명이 숨지고 9319명이 다쳤다.

지난 3월 30일 오후 서울 중랑구 망우로 버스중앙차로에 설치된 후면 단속 안내 현수막 앞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30일 오후 서울 중랑구 망우로 버스중앙차로에 설치된 후면 단속 안내 현수막 앞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자치경찰위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오토바이 등 이륜차 법규위반’을 꼽은 응답 비율(46.8%)이 가장 높았다. 또 46.9%는 단속 강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기동성이 좋고 골목이나 인도로도 달아날 수 있는 오토바이를 직접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 부산자치경찰위 관계자는 “단속을 강화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후면 단속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성ㆍ부경대 일대는 늘 유동 인구로 붐비고, 원룸촌을 중심으로 배달 오토바이 등 통행도 잦아 이곳을 첫 시범운영 장소로 정했다고 한다.

경성ㆍ부경대역에서 가동을 시작한 2대 이외에도 동래구와 해운대구·금정구·연제구 주요 교차로 등지에 후면 단속 카메라 10대가 설치됐다. 부산자치경찰위 관계자는 “이들 카메라도 준공 검사를 마치는 대로 시범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과속과 신호위반, 급격한 차선변경(칼치기) 등 오토바이 위법 행위를 적발ㆍ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경찰위는 운영 효과에 따라 후면 단속 카메라를 추가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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