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동산 가격은 버블 정책 일관성 없어 값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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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부동산 가격 폭등과 양극화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누구나 부동산 투기 기회를 뻔히 보면서도 그 이익은 공유하지 못하는 현실 탓에 우리 사회는 심각한 사회 분열을 경험 중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경제학부)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또 한 번 쓴소리를 했다. 28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미래에셋증권 투자포럼에서다. 그는 "현재 소득이나 경제활동 수준을 감안하면 부동산 버블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부동산 급등의 원인은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과 행정수도.신도시 등의 개발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동산 가격은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금리를 올려 잡을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은 중소기업에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에 앞서 이달 초 서울대 관악초청 강좌에서도 "부동산 문제는 수요 억제책이 아니라 공급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포럼에 함께 참석한 도쿄대 이토 다카토시 교수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금리를 1% 올린다 해도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며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토 교수는 이날 임대수익률과 은행 주택담보비율을 부동산 거품 측정의 지표로 꼽았다. 그는 "일본의 주택 버블이 한창일 때 주택가격 대비 임대수익률은 적정 비율(4%)에 크게 못 미치는 1%에 불과했다"며 "임대수익률이 집값의 1%를 밑돌면 (버블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집값이 계속 오르면 은행들은 주택담보비율을 100%까지 적용하고도 대출금 회수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은행 대출 심사역들이 낙관적으로 나오는 때가 버블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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