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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내 야구 옛날식이라고? 욕한 사람들 다 나한테 졌다" [VOICE]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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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81세 야신이 말하는 ‘최강인생’

VOICE:세상을 말하다

‘공 하나’만 바라보고 여든 넘게 싸워온 사나이. 50년 넘게 지도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는 좌우명처럼 은퇴 뒤에도 JTBC 예능 <최강야구>의 감독을 맡았습니다. 예능을 다큐로 만든 ‘야신’의 포스. 1388번 이기고 1203번 진 감독, 김성근처럼 평생 승부로 살아온 이가 체득한 ‘리더십’이란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지입니다.

81세의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할뿐 다음은 없다’ 란 뜻의 ‘일구이무(一球二無)’가 그의 좌우명이다. 그래픽 최수아 인턴

81세의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할뿐 다음은 없다’ 란 뜻의 ‘일구이무(一球二無)’가 그의 좌우명이다. 그래픽 최수아 인턴

‘일구이무(一球二無)’.

‘야신(野神)’ 김성근(81) 감독이 즐겨 쓰는 말이자 좌우명이다.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할뿐 다음은 없다’는 뜻이다. 매 순간 허투루 보내지 않고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김성근 감독에게 야구는 인생 그 자체였다. 야구에 빠져 일본에 가족을 두고 한국에 온 그에겐 공 하나 외에 다음은 없었다. 50년 넘게 지도자의 길을 걷고 은퇴해도 야구 외에 다음은 없었다. 이제 81세가 됐다. 지금도 그에게 야구 다음은 계속 야구다.

지난 25일 서울 시내 한 스튜디오에서 김성근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김 감독은 ‘순간’과 ‘의식’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자신을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그 끝에 얻는 찰나의 깨달음, 이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했다.

약 50년간 고교·실업팀을 거쳐 7개 프로구단 감독을 맡아 1388번 이기고 1203번 졌다. 우승은 감독 생활 25년 만에 해냈다. 성공과 실패의 의미도 김 감독에게 남다르지 않을까. 50년 넘는 지도자 생활을 거치며 리더십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깨달은 게 있었을까.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한 김성근식 야구를 두고 ‘옛날 야구’라는 비판도 있었다.

“훈련에 또 훈련, 그게 왜 옛날 야구인가”

지난해 10월 김성근 감독은 일본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을 맡았다. 김 감독은 최근 낸 책 『인생은 순간이다』에서 “최강야구는 야구 인생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그래선지 〈최강야구〉에 임하는 김 감독의 태도는 정말 진지했다. 예능 안에서 홀로 ‘다큐’ 모드였다.

 김성근 최강 몬스터즈 감독이 지난 25일 중앙일보 보이스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근 최강 몬스터즈 감독이 지난 25일 중앙일보 보이스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JTBC 〈최강야구〉는 ‘야구’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나.
“예능을 하는 건지, 야구를 하는 건지는 시청자들이 보고, 선수들이 느끼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다만 우리나라 야구 전체로 볼 때 야구의 새로운 매력이랄까, ‘힘(power)’을 가져왔지 않나 생각한다. 새로운 야구팬도 생겼고, 집에서 가족 전체가 야구를 보며 흥미를 가질 기회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최강야구〉와 프로야구를 비교해 보면.
“야구 (팬) 층이 새로워졌지 않나 싶다. 새로운 야구 부흥이랄까,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최강야구〉에서 뭘 보여주고 싶었나.
“세상에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다.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무른 사람이 너무 많다. 그분들에게 야구로 ‘할 수 있다’라는 용기라 할까, 의식이랄까, 이런 걸 드리고 싶었다. 선수들도 〈최강야구〉를 하며 활기를 찾고, 그 활기가 일반 시민들과 팬들에게 ‘선물’이 되지 않았나 싶다.”
팬들에게 ‘의식’을 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의미는 뭔가.
“(최강야구 선수 중엔) 마흔 다섯도 있고, 30대 선수도 있다. 그들 스스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살아갈지, 그걸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생각이 처음 최강야구 감독을 맡았던 작년 10월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고 본다. 또 다른 변화라면 야구를 통해 선수들 전체도 그렇고, 바깥에서 보는 분들도 ‘야 우리도 (뭔가) 해야 되겠다’, 그런 의식이 마음 깊은 곳에 생기지 않았나 싶다.”
프로 시절, 틀을 깨는 야구를 통해 ‘비상식’의 야구를 ‘상식’으로 바꿔놨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게 고정관념이다. 영원히 나쁜 것이다. 새로운 길은 언제나 막혀 있다. 그 막힌 길을 어떻게 뚫고 가느냐의 문제다. 다른 사람이 시도할 땐 이미 뒤처진 것이다. ‘시합에서 졌다’ ‘(플레이가) 안됐다’ 할 때 그 의식이 무엇이냐는 얘기다. ‘전에 이렇게 했으니까 (똑같이) 한다. 이 사람이 이렇게 하니까’…예를 들어 ‘내가 연습을 했다’ 할 때, 다른 사람이 (따라서) 한다. 내용은 따라 실천했지만, 의지가 다르다. 방법이 다르다. 어떤 의식을 갖고 이걸 흉내냈나 싶다. 내가 프로 감독할 때 그런 게 많았다. 내가 연습을 많이 하니 다른 팀 감독들이 ‘우리는 김성근만큼 연습을 열심히 한다’ 그랬다. 나는 웃고 있었다. ‘너하고 나는 의식이 다르다’고…하나를 움직여도 너희들의 움직임보다 ‘1㎜’가 더 크다고…그걸 아는가 싶다. ‘김성근이 뭐가 어떻다’ 그러는데, 알긴 뭘 아나 싶다. 지금 야구도 새로워진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이 여전하다. 올해 WBC와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볼 때 그런 부분이 많이 나온다. 홈런 맞고, 안타 맞을 때, 그 (순간)하나에 대해 어떤 의식을 가졌는지, ‘어떤 연습을 시키느냐’ 싶다.”
김성근식 야구에 대한 비판도 있다.
“세상 사람들은 ‘옛날식’이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현대식’은 뭐고, 옛날식은 뭔가. 옛날식에도 ‘길’이 있었다. (정말) 새로워지려면 그만큼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이 나와야 하는데, 깊이 들어간 게 100명 있으면 몇 명이나 있을까 싶다. 옛날식이 틀렸고, 그걸 전부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고정관념이라 그럴까. 세상일이 그렇게 쉽게 결정되는 건 아니다. 1㎜, 1㎝의 움직임이라도 이런저런 판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 길이 나올까 말까, 그렇게 해도 막힌다. 그러면 그만큼 연구를 하느냐는 말이다.

순간이 미래고, 가능성이고, 곧 성공이다. 그 순간을 못 보는 사람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남의 흉내만 낼 뿐이다. 내가 프로 감독할 때 암 걸리면서 밤새 연습하고, 공부했지만 그거 갖고 비난만 했다. ‘어떤 식으로 됐을까’ 물어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근데 비난한 사람이 나한테 다 졌다.”

“대한민국 최고 되겠단 결심 지금도 해”

리더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역사를 봐도 리더는 ‘조직을 살린’ 사람이다. 그리고 리더는 모든 분야에서 남보다 뛰어난 위치에 서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살릴 줄 알아야 한다. ‘가능한’이라는 말이 어폐가 있지만 사람을 버리면 안 된다. 리더는 조직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살려놔야 한다. 그게 나중에 큰 힘이 된다. 순간순간 자꾸 (사람을) 바꾼다는 건 리더로서 가치가 없다. 야구 하나만 봐도 리더의 움직임, 판단 하나가 ‘1㎝를 100m로 만들 것인지, 1000m로 만들지’ 판단이 파닥파닥 떠올라야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가.
“나이라는 건 그냥 가진 것이다. 내가 지금 ‘나이 먹어서 아무것도 못 한다’라면 살아 있는 자격이 없는 거다. ‘여기서 뭘 하지?’ 항상 그 속에 사는 것이다. 체력 때문에 하나하나 축소돼 간다 할 뿐이다. 근데 나이 먹고 후퇴해도 거기서 할 일이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내가 우리나라 나이로 80세가 넘었지만 지금도 ‘마음’은 80세가 아니다. 얼마든지 이것저것 하고 싶다. 타협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세상에서 죽은 거다. 언제든지 ‘트라이(try)’ 해야 한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나.
“1964년에 한국으로 영주 귀국(永住 歸國)을 했다. 그때 ‘대한민국 최고가 되겠다’는 결심을 갖고 왔다. 그 결정을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한다. 이런 각오로 앞으로 계속 즐거운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김성근 감독은

VOICE : 세상을 말하다

VOICE : 세상을 말하다

◦ 출생: 1941년 10월 30일(일본 교토)
◦ 선수 경력: 1960년 교통부-1961년 기업은행-1968년 은퇴
◦ 감독 경력: 1969년 마산상고(현 용마고)-1972년 기업은행-1976년 충암고-1979년 신일고-1984년 OB 베어스-1989년 태평양 돌핀스-1996년 쌍방울 레이더스-2002년 LG 트윈스-2007년 SK 와이번스-2012년 고양 원더스-2015년 한화 이글스-2018년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코치고문-2022년 최강 몬스터즈
◦ 통산 성적: 1388승 60무 1203패(KBO 통산 2위)

김성근 감독 인터뷰 전문은 더중앙플러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1092 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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