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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분신' 김용 징역 5년에…이 측 "부정자금 1원도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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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자 정치권의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렸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는 30일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을 선고하고 6억7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8월 이재명 대표(당시 대선 경선 후보) 대선자금 명목으로 대장동 개발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서 4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수수하고, 2013년 2월~2014년 4월 사업 편의 제공 대가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서 뇌물 1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중 불법 대선자금 6억원, 뇌물 7000만원에 대한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장기간에 걸쳐 인허가를 매개로 금품 수수를 통해 밀착해 유착한 일련의 부패 범죄”라며 “뿌리 깊은 부패의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의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라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은 ‘대장동 의혹’에 대한 여러 재판 가운데 첫 판결이었다. 이재명 대표 또한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사업의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부원장 사건에 이 대표가 직접 연루된 건 아니지만, 사건 개요 및 관련 증인·참고인 등이 상당 부분 겹쳐있어 이 대표 사건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 대표가 그간 김 전 부원장에 대해 “뜻을 함께하는 벗이자 분신(分身) 같은 사람”(2019년 12월),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한다”(2021년 10월)고 말했던 터라, 이날 재판부가 김 전 부원장의 부패혐의를 인정한 것은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여권은 즉각 이 대표를 겨냥한 공세에 나섰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판결로 인해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대선 과정이 검은돈과 유착관계를 맺었다는 의심은 사실로 밝혀졌다”며 “이 대표는 최측근들이 줄줄이 연루된 것만으로도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최측근에게 징역 5년 선고”라며 “민주당, 이제는 법원을 욕할 겁니까? 그동안 검찰공화국이라 비판했는데 앞으로는 법원공화국이라고 할 겁니까?”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대한민국은 지방자치단체 공직자가 지자체 개발 사업과 관련해 거액의 뇌물과 불법자금을 받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 대표 측은 “검찰의 짜깁기 수사와 기소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왔다”고 적극 반박했다. 당초엔 “이 대표는 김 전 부원장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며 거리두기 하던 입장이었으나, 재판부가 불법 대선 자금 수수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일주일 만에 20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일 정도로 경선자금 조달 여력이 넘치는 상황에서 경선자금 확보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부정 자금은 1원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지도부의 한 친(親)이재명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번 판결은 겨우 1심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비(非)이재명계 일각에서 “이 대표 입지를 좁히고 흔드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것”이라거나 “비극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당 지도부는 “이걸 빌미로 이 대표를 흔들려는 시도가 당내 공감을 받거나 확산할 가능성은 0%”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아직 재판이 끝난 게 아니어서 좀 더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 대표에 대해 “당장 일주일에 며칠씩 법원에 가는데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당연히 함 직하다”고 언급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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