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신준봉의 시시각각

영화 ‘서울의 봄’ 감상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신준봉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신준봉 문화디렉터

신준봉 문화디렉터

이른 감이 있지만 1000만 관객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30일 개봉 9일째를 맞은 영화 ‘서울의 봄’ 말이다. 지난여름부터 ‘올해 충무로 기대작’이라는 말들이 오갔다더니, 허튼소리가 아니었음이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극장가에는 흥행과 관련해 요일별, 월별 평균적인 기대치가 있다고 한다. 일요일과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 수요일, 7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전날 화요일에는 관객이 적게 든다. 개봉 2주 차 월요일 관객 수가 대개 개봉일보다 적다. 월별로는 3~4월, 10~11월이 비수기다.

극장 비수기에 “1000만 가능성”
MZ세대는 장르 영화로 접근
진압군 주인공은 실제보다 미화

‘서울의 봄’은 이 모든 평균치를 뛰어넘었다.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25일보다 26일 일요일 관객 수(62만5180명)가 많았고, 개봉일보다 개봉 2주 차 월요일(27일) 관객 수(23만9667명)가 많았다. 비수기에 말이다. 더구나 이달 20일로 예정된 또 다른 기대작 ‘노량’의 개봉 전까지는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3주가 무주공산이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① 과연 1000만 가나=엇갈린다. 영화평론을 겸하는 문학평론가 강유정(강남대 교수)씨는 “조심스럽지만 갈 것 같다”고 본다. “영화 성수기 12월인 데다 1000만에 필요한 사회적 교호작용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입소문에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이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영화시장분석가 김형호씨는 유보적이다. “지금 1000만 간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점쟁이”라는 것이다. 다만 500만 관객, 4주 이상 장기흥행은 충분히 가능한 추세다. 10대와 남성 관객 비중이 다른 영화보다 높다는 게 근거다. 원래는 좀 늦게 움직이는 관객층이다. 그런 이들까지 나섰다는 얘기다.

② 우리는 왜 12·12에 열광하나=기자만 해도 웬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12·12에 대해 잘 몰랐던 거다. 텍스트(영화·책) 소비는 결국 자신의 결핍과 마주하는 일이다. 기대가 깨질 때 쾌감은 커진다. 영화가 다룬 1979년 12월 12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아홉 시간 동안, 보안사령관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과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 등 진압군 사이의 교전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양측 모두 얼마나 우왕좌왕했는지 실제 역사에 기댄 영화는 실감나게 보여준다. 1995년 5·18특별법 제정, 그에 따른 전두환 등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나 법원 판결문, 숱한 관련 보도, TV 드라마 등으로는 알 수 없었던 ‘실제’를 만난 느낌이다.

MZ세대의 접근법은 다른 듯하다. 영화는 ‘변호인’(2013년), ‘택시운전사’(2017년) 등 정치 소재 영화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대중적 코드에 충실하다는 평이 많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악당이 명확한 장르물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영화시장분석가 김형호). 12·12에 대해 들어봤을 리 없는 10대 고등학생 관객들의 발 빠른 반응을 달리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③ 어디까지 픽션인가=영화는 자연스럽게 실제 그날 밤에 대한 궁금증을 부추긴다. 알려진 대로, 배우 정우성이 연기한 영화 속 이태신 장군의 실제 모델인 장태완 당시 수경사령관은 12·12 당시 혼자서 행주대교 위에서 공수부대에 맞서지 않았다. 영화 말미, 광화문 앞 대치 장면도 마찬가지다.

12·12 깊이 읽기를 원한다면 생전 장태완 장군이 1993년 출간한 회고록 『12·12 쿠데타와 나』를 추천한다. 종이책은 절판돼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다. 도서관도 장서로 갖추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오탈자가 많긴 하지만 전자책은 나와 있다. 회고록과 비교하면 영화 속 12·12는 총격전은 과장돼 있고, 반란군에 맞선 진압군의 대처는 표나게 단순화한 느낌이다.

12일 자정 무렵, 육본 차장 주재로 열린 대책회의에서 장태완 장군만 반란군 진압을 주장한 게 아니었다. 영화 속 이태신 장군은 영웅적으로 그려져 있다. 영웅을 갈망하는 시대 분위기의 반영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