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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Fed "4분기 경제‧고용 둔화"…시장의 '피벗' 기대에 힘 실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의 성장과 물가 상승 속도가 4분기 들어 둔화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시장은 긴축 종료 전망에 힘을 더 싣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연합뉴스

Fed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지난 보고서 이후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관할 지역 중 6곳에서 경기 하락세가 확인됐다. 다른 2곳의 경기는 이전과 비슷하거나 다소 하락했다. 이번 베이지북은 각 연은이 10월 6일부터 11월 17일까지 지역의 경기 상황을 분석한 결과다.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초 자료로 쓰인다.

긴축 중단의 주된 변수인 고용에 대해 Fed는 "수요가 계속 완화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고용 수요가 이전과 비슷하거나 완만하게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했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임금 상승세도 꺾였다는 분석이다. Fed는 "대부분 지역에서 내년 물가 상승은 완만할(moderate) 것"으로 전망했다.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현재 기준 금리(연 5.25~5.5%)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경착륙을 피하려는 Fed가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애틀랜타 연은의 GDP나우는 올 4분기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율 2.1%로 잡고 있다. 이날 나온 미 3분기 경제성장률(잠정치)인 5.2%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이르면 내년 1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Fed 인사의 발언도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줄곧 금리 인상을 요구해온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이날 "현재 통화정책은 새로운 정보를 평가하고, 물가 상승률이 Fed의 목표인 2%로 잘 되돌아가고 있는지 판단하기에 좋은 위치"라고 말했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인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9월 이후 처음으로 4.3%선을 밑돌았다.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금값도 오름세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5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이상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75%를 웃돈다.

다만,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경계심도 여전하다. 중도파로 꼽히는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한다면 추가로 금리를 올리는 옵션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클레어 롬바르델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차입 비용을 낮추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한동안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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