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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시작했는데"…200회 헌혈한 '방울이 아빠' 소방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0회 헌혈을 달성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명예대장'을 받은 경기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긴급대응팀 원유환 소방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200회 헌혈을 달성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명예대장'을 받은 경기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긴급대응팀 원유환 소방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긴급대응팀 원유환(38) 소방장의 별명은 ‘방울이 아빠’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때 딸과 산책을 하던 중 한 운수회사에 불이 난 것을 목격하고 신고와 초기 진화에 나선 데 이어 그곳에 있던 개 ‘방울이’까지 구해서다. 당시 목줄에 묶인 방울이를 구하느라 원 소방장은 왼쪽 손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이같은 사실이 운수회사의 제보로 알려지면서 동료들은 그를 ‘(실제 자녀인) 하루·이루 아빠’가 아닌 ‘방울이 아빠’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원 소방장에게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119 헌혈구조대’다. 2003년부터 지난 28일까지 헌혈 200회를 달성해 대한적십자사에서 헌혈 유공장인 ‘명예 대장’을 받았다. 그는 “20살 때 호기심과 ‘이젠 나도 성인’이라는 생각에 처음 헌혈을 했는데 이후 헌혈의 집이 보이면 자연스럽게 들어가 헌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꾸준한 헌혈로 대학 재학 시절엔 ‘헌혈 장학생’으로 선정됐고, 지난 2021년에는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 헌혈유공 표창을 받았다.

응급 구조학을 전공하고 2012년 구급대원으로 입직한 원 소방장은 전혈(적혈구와 백혈구, 혈장, 혈소판 등 혈액 전체 성분 헌혈)이 아닌 혈소판 혈장 헌혈을 주로 한다. 10분 정도 걸리는 전혈과 달리 혈소판 혈장 헌혈은 채혈 시간만 90분가량 걸린다. 원 소방장은 “군 제대 후 백혈병 환아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봉사를 하면서 백혈병 환자에겐 일반 헌혈보단 혈소판 헌혈이 더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다음 헌혈까지 2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전혈과 달리 혈소판 혈장 헌혈은 2주만 지나면 채혈이 가능해 2~3주에 한 번씩 헌혈의 집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200회 헌혈을 달성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명예대장'을 받은 경기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긴급대응팀 원유환 소방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200회 헌혈을 달성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명예대장'을 받은 경기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긴급대응팀 원유환 소방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헌혈은 원 소방장의 건강 관리 비법이기도 하다. 혈소판 혈장 헌혈은 음주와 과로, 기름진 음식 등으로 혈액이 혼탁해지면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헌혈 시기가 다가오면 금주와 함께 육류 등 기름진 음식 섭취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최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 등에 헌혈을 독려하는 ‘경기 소방 119 헌혈 릴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원 소방장은 “헌혈하는 소방관이 상당히 많은데 내가 인터뷰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헌혈도 시민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헌혈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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