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당·지옥 다 맛본 정관장 쌍포 “연패 기간 진짜 눈물났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여자배구 정관장의 쌍두마차인 미국 출신 지아(왼쪽)와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오른쪽). 가운데는 통역을 맡고 있는 김윤솔씨. 김효경 기자

여자배구 정관장의 쌍두마차인 미국 출신 지아(왼쪽)와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오른쪽). 가운데는 통역을 맡고 있는 김윤솔씨. 김효경 기자

미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온 두 선수가 하나로 뭉쳤다. 여자배구 정관장을 이끄는 외국인 선수 지오바나 밀라나(25·미국·등록명 지아)과 메가왓티 퍼티위(24·인도네시아·등록명 메가)가 주인공이다.

정관장은 1라운드에서 4승2패를 거두며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부터 시행된 아시아쿼터 최장신(1m85㎝) 선수 메가와 미국 출신 지아의 활약이 컸다. 메가의 포지션은 공격을 주로 맡는 아포짓 스파이커다. 메가가 아포짓으로 뛸 수 있는 건 지아가 있기 때문이다. 고희진 감독은 메가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아웃사이드 히터인 지아를 뽑았다. 지아는 공격과 수비·리시브까지 골고루 해내는 살림꾼이다.

하지만 정관장은 2라운드에선 5연패를 당하며 추락했다. 상대 팀이 메가와 지아에 대한 분석을 하고 나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28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4위로 올라섰다.

경기 중 공격을 성공시키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정관장의 외국인 콤비 메가왓티 퍼티위(왼쪽)와 지오바나 밀라나. [사진 한국배구연맹]

경기 중 공격을 성공시키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정관장의 외국인 콤비 메가왓티 퍼티위(왼쪽)와 지오바나 밀라나. [사진 한국배구연맹]

메가는 “연패 기간 너무 슬펐다. 3, 4세트에서 선수들끼리 믿고 플레이한 결과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지아는 “1라운드에선 잘했는데 2라운드 들어 계속 져서 실망스러웠다.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걸 고쳐야 할지 연구했다. 블로킹이나 수비 위치 같은 세세한 부분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연패 기간 선수들의 훈련량을 늘렸다. 하지만 두 외국인 선수는 어떠한 불만도 갖지 않았다. 메가는 “많은 연습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며 “선수들끼리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 더 친해졌다. 서로의 생각과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지아는 “경기 다음 날 이렇게 힘든 훈련을 하는 건 처음이다. 쉬는 시간엔 잠만 잤다. 하지만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필요했다”고 인정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두 선수는 전혀 다른 문화에서 살다가 왔는데도 금세 친한 친구가 됐다. 영어와 인도네시아어에 모두 능숙한 통역 김윤솔(22)씨는 “항상 붙어 다니기 때문에 둘이 친해질 수밖에 없다. 서로 성격도 잘 맞는다”며 “메가는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작전 타임 땐 영어로 말하는데 감독님이 메가에게 지시하는 내용은 인도네시아어로 다시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지아는 22세이던 3년 전 결혼했다. 그의 남편 다니엘이 2주 전 한국에 왔다. 그래서 메가와 지아, 다니엘에 김윤솔씨까지 4명이 함께 다니는 경우도 많다. 지아는 “트레이너인 남편이 개인 운동을 많이 도와준다. 성격도 긍정적이라 아침부터 내게 농담을 하면서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고 자랑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는 한국에 와서 영하의 추위를 처음 겪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눈을 본 것도 단 한 번뿐이다. 하지만 한국 날씨와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팬들은 메가를 보기 위해 배구 경기장을 자주 찾는다. 메가는 “나와 우리 팀을 위해 진심으로 응원해주신다.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고희진 감독은 “지아와 메가는 정말 성실한 선수들이다. 감독으로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