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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마우스·헬로키티의 장수 비결…K-콘텐츠, 글로벌IP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콘텐츠 IP 마켓 2023'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선 쓰지 도모쿠니 산리오 사장.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콘텐츠 IP 마켓 2023'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선 쓰지 도모쿠니 산리오 사장.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앙증맞은 리본을 귀에 꽂은 고양이 캐릭터, 헬로키티는 어떻게 50년 동안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일본 캐릭터 전문기업 산리오의 쓰지 도모쿠니 사장은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콘텐츠 IP 마켓 2023'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캐릭터 브랜딩’이라는 답을 내놨다.
“특별한 스토리보다는 늘 곁에 있는 친근한 느낌을 주는 것이 캐릭터가 존재하는 의미”라며 일본의 대표적인 슈퍼 IP(지적재산권) 헬로키티의 장수 비결을 공유했다. “정해진 스토리가 아닌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캐릭터에 자기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며 여러 라이선싱 사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1974년 헬로키티를 선두로 캐릭터 사업에 뛰어든 산리오는 꾸준히 캐릭터 IP 발굴에 힘써왔다. 쿠로미·마이멜로디·시나모롤 등 유명 캐릭터들이 탄생했다. 그러면서 산리오의 헬로키티 의존도는 감소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북미 시장 매출의 90%를 차지하던 헬로키티는 2022년 40%로 줄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하나의 기업이 100개 넘는 국가에서 1000건 이상의 라이선싱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나이키·아디다스 등 유명 스포츠용품 기업은 물론 패션 브랜드 클로에, 대만의 그랜드 하이라이 호텔, 싱가포르 카운트다운 이벤트 등 다양한 곳에서 캐릭터를 활용했다. 쓰지 사장은 “헬로키티 외에 여러 캐릭터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28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콘텐츠 IP 마켓 2023'. 방문객들이 참가업체 관계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28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콘텐츠 IP 마켓 2023'. 방문객들이 참가업체 관계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캐릭터 뿐 아니라 스토리, 웹툰 등 원천 IP 활용이 중요한 시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이날부터 사흘 간 개최한 '콘텐츠 IP 마켓 2023'은 그런 취지에서 개최된 행사다. 콘텐트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다양한 부가 사업을 논의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장이기도 하다.
카카오웹툰, 리디주식회사 등 콘텐트 기업 70곳이 오전부터 부스를 차리고, 애니메이션·웹툰·스토리·캐릭터·게임 등 각자 보유한 IP 홍보에 나섰다. 676명의 바이어가 이곳을 찾아 원작의 영상화나 캐릭터 상품화를 논의했다. 일본·러시아·프랑스·중국 등 해외 바이어도 눈에 띄었다. 이날 하루에만 569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행사장 한쪽에는 슈퍼 IP 발굴과 육성을 위해 업계와 정부가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마련됐다. 유현석 콘진원 부원장은 “K팝을 비롯해 드라마·웹툰 등 우리 콘텐트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IP를 통한 비즈니스(사업)는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K-콘텐츠 IP 글로벌 포럼’을 열게 된 계기를 밝혔다.
“편의점·대중교통·학교·온라인 플랫폼 등 일상에서 보고 듣고 먹고 마시고 체험하는 모든 곳에서 콘텐트 IP를 접할 수 있다. 파워퍼프걸, 포켓몬스터, 헬로키티 등 대부분 글로벌 슈퍼 IP인데, 그 자리에 우리 콘텐트 IP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날 행사에선 한국형 슈퍼 IP 육성 방안을 모색하는 'K-콘텐츠 IP 글로벌 포럼'이 열렸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날 행사에선 한국형 슈퍼 IP 육성 방안을 모색하는 'K-콘텐츠 IP 글로벌 포럼'이 열렸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진원은 지난 7월부터 10여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콘텐트 IP와 여러 산업을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넷마블(게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웹툰·웹소설), 하이브(음악), 와이낫미디어(영상) 등 IP를 생산하거나 GS리테일, 아모레퍼시픽 등 IP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의 관계자들이 그간 포럼에 참여해왔다. 이날은 5번째 열린 포럼으로, 대규모 행사와 연계해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발제를 맡은 김일중 콘진원 IP 전략TF팀장은 “1928년 태어난 95세의 미키마우스는 아직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고, 포켓몬스터는 다양한 부가 사업으로 120조 원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며 “'오징어게임'·'기생충'·BTS 등 K-콘텐트가 문화적 힘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산업 내에서 리메이크 ·장르 전환하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업종의 사업에 훌륭한 IP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IP 자체의 1차 유통 만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엔 한계가 있는 만큼 상품화와 사업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준형 GS리테일 플랫폼마케팅 팀장은 “상품 패키지에 단순히 IP를 입혀놨다고 고객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유통사는 상품을 진열하지만, 결국 팬덤을 구매 행위로 연결시키는 건 IP의 힘”이라고 말했다. 윤혜영 넷마블 IP사업실 실장은 “특정 IP 분야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IP에 여러 기업의 경쟁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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