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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거물들도 기부금 줄 선다…바이든·트럼프 틈 노리는 후보 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20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훅셋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20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훅셋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기 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당 대안 주자들의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다. 양당 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견고한 아성을 깨기가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두 사람이 장기간의 대선 레이스에서 삐끗할 경우 대안 주자들이 언제든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화당에선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맹활약하며 꾸준히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특히 보수 성향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이끄는 정치후원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mericans for ProsperityㆍAFP)이 28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후보로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면서 공화당 경선 판을 흔드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FP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를, 대선 본선에서 바이든을 이길 수 있는 후보로 헤일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대선 경선 첫 테이프를 끊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2024년 1월 15일)를 7주 남겨둔 시점에서다. 자금과 조직에서 다른 후보들에 밀린다는 평을 받아온 헤일리 전 지사 선거 캠프는 공화당 보수 우파를 후원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AFP의 가세로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 됐다.

AF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우 포퓰리즘에 반대해 당초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지지를 고려했다가 최근 헤일리 전 대사로 선회했다고 한다. AFP는 수천만 달러의 정치 후원금에 수천 명의 선거운동원을 가동할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춰 헤일리 전 지사가 당내 2위 싸움에서 디샌티스 주지사를 확실하게 제치는 발판이 되는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헤일리 전 지사는 “AFP 지지를 받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월가의 큰손들도 헤일리 전 지사를 미는 분위기라고 한다. ‘헤지펀드의 전설’로 알려진 스탠리 드러켄밀러, 헤지펀드 시타델 창업자 켄 그리핀, 부동산업계 거물 배리 스턴리히트 등이 ‘헤일리 지지’를 선언했으며, 인테리어 소매 기업 홈디포 설립자인 케네스랭곤도 최근 “트럼프 대신 헤일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14일 뉴욕에서 연 기부금 행사도 월가 거물급 인사가 줄을 서는 등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처럼 헤일리 전 대사가 존재감을 키우면서 공화당 지지율 경쟁에서는 2위 자리를 굳혀가는 흐름이다. 최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지지율 18%로 트럼프 전 대통령(46%)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지난 10~14일 실시된 CNN의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42%) 다음으로 가장 높은 20%를 기록했다. 한때 ‘트럼프 대항마’를 자처했던 디샌티스 주지사는 최근 슈퍼 PAC(정치자금 기부단체)인 ‘네버 백 다운’ 대표이자 공화당 전략가로 꼽히는 크리스 얀코프스키가 내홍 끝에 사임하는 등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안 주자’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헤일리 전 지사는 주지사 시절 기업 유치에 힘쓰는 등 친기업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또 낙태 문제에 폐쇄적인 공화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스탠스를 취하며 유엔대사를 지낸 경력으로 글로벌 정세에도 비교적 밝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개빈 뉴섬(왼쪽)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개빈 뉴섬(왼쪽)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에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최근 광폭 행보가 눈길을 끈다. 뉴섬 주지사는 30일 폭스뉴스에서 디샌티스 주지사와 토론을 벌인다. ‘민주당 대표 주(州) 대 공화당 대표 주의 대결’이라는 콘셉트인데, 뉴섬 주지사가 지난해 9월 제안해 이번에 성사된 행사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돼 지난해 11월 재선에 성공한 뉴섬 주지사는 소수인종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과 낙태, 성소수자 인권 문제 등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 와 차기 대선을 겨냥한 포석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달 하마스 기습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을 찾고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최근 국제 외교 무대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 뉴섬 주지사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그는 훌륭한 주지사”라며 “사실 그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일자리(대통령직)를 가질 수도 있다”고 뼈있는 농담을 했다.

뉴섬 주지사는 내년 대선 출마 의사가 없고 차기 후보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면서 대선용 행보라는 시각에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고령 리스크로 고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중대 위기에 봉착할 경우 대안 주자로 뉴섬 주지사가 가장 먼저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수석고문(2009~2011년)을 지낸 민주당 전략가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최근 “민주당에 떠오를 준비가 돼 있는 리더들이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 포기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작으나마 사고가 발생한다면 뉴섬 주지사는 가장 확실한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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