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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재건축 대못 뽑히나…재건축 부담금 완화안 여야 합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북에서 최고 알짜 단지로 평가 받는 용산구 이촌동의 재건축 단지 ‘한강맨션’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7억7700만원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재초환) 예정액을 통보 받았다. 한강맨션 인근 부동산에 붙어있는 한강맨션 재건축 홍보물. 뉴스1

서울 강북에서 최고 알짜 단지로 평가 받는 용산구 이촌동의 재건축 단지 ‘한강맨션’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7억7700만원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재초환) 예정액을 통보 받았다. 한강맨션 인근 부동산에 붙어있는 한강맨션 재건축 홍보물. 뉴스1

재건축을 가로막는 ‘대못’으로 불리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도입 17년 만에 처음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초환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것으로 재건축 조합원의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다.

29일 국토교통부, 국회에 따르면 재초환 완화안을 담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초환법) 개정안이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재초환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됐지만 1년 동안 상임위에 계류하고 있었는데, 극적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후 이 법안은 국토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기존 재초환법에서는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원 이익이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이익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매긴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실이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서울시 25개 구에서 서울 40개 재건축 단지 조합에 통보한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은 2조5811억원이었다. 용산구 A아파트의 재건축 부담금 총액은 5082억원으로, 1인당 부담금이 7억7700만원에 이르는 추정 사례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부담금 부과 개시 시점이 기존 추진위원회 구성 단계에서 조합 설립 단계로 늦춰지고, 면제 금액도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부과율이 달라지는 금액 구간은 5000만원으로 정했다. 이에 초과이익 ▶8000만~1억3000만원은 10% ▶1억3000만~1억8000만원은 20% ▶1억8000만~2억3000만원은 30% ▶2억3000만~2억8000만원은 40% ▶2억8000만원 초과는 50%의 부담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부담금 공포’에 시달리던 재건축 단지들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일부 재건축 사업장은 부담금이 최대 절반 이상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국토부가 재초환법 개정안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 서울 내 재건축 부담금 부과 단지는 40곳에서 33곳으로 7곳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부담금 부과 대상 재건축 단지가 111곳에서 67곳으로 40% 줄어든다.

전국 기준 부담금 평균 부과 금액(예정액 기준·장기보유 미적용)도 88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2억1300만원에서 1억4500만원으로 32% 부담이 줄었다. 인천·경기 내 부과 단지는 27곳에서 15곳으로 줄고, 평균 부과액은 7700만원에서 3200만원으로 58% 축소된다. 지방 아파트 단지는 부담금 부과 단지가 44곳에서 19곳으로 줄고, 평균 부과액은 2500만원에서 640만원으로 줄어든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9월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에 따른 것이다. 당초 정부안에서는 재건축부담금이 면제되는 초과이익 기준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과율이 달라지는 금액 구간도 기존 2000만원 단위에서 7000만원 단위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면제 기준이 정부안보다 일부 후퇴했다. 그동안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재초환 완화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면제 기준과 부과 단위 등에 있어 정부안과 이견을 보여왔다.

이에 면제 금액을 8000만원으로, 부과 단위를 5000만원으로 줄이는 대신 장기 보유에 대한 혜택은 늘렸다. 당초 정부안에서는 10년 이상 보유한 사람에 대해서는 부과금을 50% 감면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번 법안소위에서는 20년 이상 장기 보유한 경우에는 부담금 70%, 15년 이상은 60%, 10년 이상은 50%를 각각 감면하도록 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전문가들은 17년 만에 재초환 완화 법안의 통과 자체에 의미를 두면서도 현재 추진 중인 재건축 사업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건축 사업이 전반적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재초환법 통과가 재건축 사업에 미치지는 영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안보다 면제 구간 등이 후퇴하면서 오히려 재건축 추진 의지를 꺽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정부안도 재건축 활성화를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았다”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뀔 여지도 있으며, 향후 서울 등 도심 정비사업 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논의된 실거주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정부가 올해 1월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최장 5년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정부가 분양권 전매 제한을 시행령으로 완화한 상황인데, 실거주 의무 폐지가 병행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올해 처리가 불발되면 이번 국회 임기 내 통과가 어려워져 사실상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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