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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왕 되기까지 16년…계속 도전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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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007년 프로무대에 데뷔한 뒤 16년 만에 KBO리그 타격왕을 차지한 NC의 외야수 손아섭. 올해는 안타상까지 받았다. [연합뉴스]

2007년 프로무대에 데뷔한 뒤 16년 만에 KBO리그 타격왕을 차지한 NC의 외야수 손아섭. 올해는 안타상까지 받았다. [연합뉴스]

“20대에도 못 따낸 타이틀이었는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외야수 손아섭(35)은 지난 27일 KBO 시상식에서 받은 타격왕 트로피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우등상장을 받은 소년처럼, 설레는 표정으로 트로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손아섭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다. 2007년 롯데 자이언츠 데뷔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10년부터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더니 2012년 마침내 붙박이 외야수를 꿰차며 롯데의 타선을 이끌었다.

손아섭은 전형적인 노력형 타자다.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새로운 타격폼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배트를 짧게 쥐기 위해 방망이 끝을 테이프로 칭칭 감는 독특한 그립도 이런 노력의 산물이다. 손아섭이 좀처럼 3할대 타율을 놓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손아섭에게도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바로 타격왕이다. 2013년에는 0.345의 타율을 기록하고도 LG 트윈스 이병규에게 3리가 밀려 타이틀을 내줬다. 3년 전 타격왕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2020년 타율을 0.352로 끌어올렸지만,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2리 앞선 0.354를 기록해 트로피를 가져갔다. 지난해 4년 64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NC로 이적한 손아섭은 올 시즌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개막부터 3할대의 타율을 유지하면서 타격왕 고지를 향해 내달렸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과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 LG 홍창기 등이 손아섭을 맹추격했지만, 결국 0.339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타격왕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또, 187개의 안타로 안타상 타이틀도 함께 따냈다.

안타를 친 뒤 기뻐하는 손아섭. [연합뉴스]

안타를 친 뒤 기뻐하는 손아섭. [연합뉴스]

손아섭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 트로피가 매번 닿을 듯하면서도 닿지 않았다”며 “내게는 타격왕이 아픈 손가락과 같다. 두 차례나 아깝게 1위를 놓쳤기 때문이다. 훗날 나의 야구 인생을 돌아봤을 때 타격왕 트로피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무척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상은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더구나 35세라는 적잖은 나이로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1988년생인 손아섭은 올 시즌 타격왕 자리를 놓고 1993년생 구자욱, 1999년생 김혜성, 1993년생 홍창기 등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후배들과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손아섭은 “어릴 때와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달라진 점이 많다. 20대 때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다. 그러면서 타석에서 마음이 급해졌고, 페넌트레이스 막판에는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그렇게 두 차례 실패를 맛보고 나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역대 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의 주인공은 2020년 LG에서 은퇴한 박용택이다. 기록은 2504안타. 올 시즌까지 2416안타를 때려낸 손아섭으로선 내년에는 통산 최다안타 기록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손아섭은 “주위에선 ‘이제 나이가 있는데 왜 그렇게 죽기 살기로 하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타격왕’이나 ‘최다안타’ 같은 목표가 내게는 큰 동기부여가 된다. 내년에도 성공적으로 한 시즌을 마쳐 시상식장을 다시 찾겠다”고 했다.

손아섭은

◦ 생년월일 : 1988년 3월 18일
◦ 출신교 : 양정초-개성중-부산고
◦ 신장·체중 : 1m74㎝·84㎏
◦ 올해 성적 : 140경기 타율 0.339 187안타
               65타점 97득점
◦ 통산 성적 : 1974경기 타율 0.322 2416안타
               986타점 1316득점
◦ 수상 경력 : 타율 1위(2023년), 안타 1위(2012·13·17·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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