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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5세 이상 대상"…11번가 등 유통업계 줄줄이 희망퇴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할인상품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할인상품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어느 때보다 차가운 겨울입니다.”

익명을 원한 한 유통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유통·식품 업계가 줄줄이 희망퇴직에 나섰다. 오픈마켓과 홈쇼핑, 외식업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다. 소비 부진 장기화와 유통 환경 변화 속에서 조직 운영을 슬림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오픈마켓 계열사 11번가는 전날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중이다. 만 35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4개월치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11번가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18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회사 측은 “구성원들의 다음 진로 모색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회사와 구성원 모두 지속해서 성장하고 생존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이라며 ‘생존’을 언급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만 35세 직원부터 희망퇴직 대상   

이 회사는 최근 3년(2020~2022년) 내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3분기(-910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해 손실 폭은 14.1%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다. 상장과 매각도 무산됐다. 국민연금·MG새마을금고중앙회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를 한다는 조건으로 500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어려운 경영 여건 등으로 상장 계획을 접었다.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과 매각 협상도 중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25년 턴어라운드를 위해 수익성 개선 작업 중인 가운데 이번 조직 효율화가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악화에 빠진 롯데홈쇼핑 역시 지난 9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이다. 퇴직자에게는 2년치 연봉과 재취업 지원금, 자녀 교육 지원금이 지급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통·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변화의 목적으로 자발적 희망퇴직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유(乳) 업계 2위인 매일유업과 국내 최대 제과 프랜차이즈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SPC파리크라상에서도 각각 지난 8월과 이달에 직원을 내보냈다. 매일유업은 만 50세 이상 임직원, 파리크라상은 근속 15년차 이상 직원이 대상이었다. 파리크라상은 현재 퇴직 신청을 받는 중이다. 매일유업의 올 1~3분기 영업이익은 5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2% 늘었지만 2021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651억원)을 밑돈다. 파리크라상 역시 영업이익이 2021년 334억원에서 지난해 188억원을 줄어든 데 이어 올해 1~3분기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손실 규모가 꽤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내년에도 소비 침체 이어질 것”

유통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라며 최근의 어려운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83으로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보수적인 면이 있는 데다 영업이익은 적어도 함께 오래가자는 문화인데, 지금은 규제와 시장 포화로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때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생긴 이후 가장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고 전했다.

대형 유통그룹들도 위기에 직면했다. 신세계는 지난 9월 계열사 대표이사의 40%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홈쇼핑에 앞서 1~2년 전 백화점·면세점 등에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금융투자 업계는 소비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물가·고금리 환경의 장기화로 가계 가처분소득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공공요금까지 인상돼 내년에도 전반적 소비가 침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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