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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급증에 손놓은 건설업체…대형사, 정비사업 수주 반토막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작동 중인 크레인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작동 중인 크레인 모습. 연합뉴스

올해 건설업계의 정비사업 수주 규모가 급격히 줄었다.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들이 사업성에 따라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의 올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많게는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조3395억원(14건)의 수주 실적을 올린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는 이달 중순까지 2조3878억원(6건)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보다 금액 기준으로 실적이 74.4%나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5조원 클럽’에 오른 대우건설 역시 올해는 3건 1조1154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GS건설(7조1476억→1조9220억원), DL이앤씨(4조8943억→1조1824억원) 등도 수주액이 절반 이상 줄었다. 10대 건설사 중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 곳은 포스코이앤씨(4조5892억→4조3185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주택 시장 침체가 길어지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미분양 우려 등이 나타나면서 수주를 꺼리는 상황이다.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건설사들이 수익성과 리스크 검토 등을 까다롭게 하기 시작한 것도 이유다. 주택시장 호황기였던 2~3년 전망해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에 출혈 경쟁이 일어날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일 입찰을 마감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 1구역 시공사 선정에는 공사비(3.3㎡당 730만원)가 낮게 책정돼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3000여 가구 규모의 노량진 1구역은 당초 노량진뉴타운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고, 교통 등 입지도 뛰어나 ‘대장’지역으로 불린 곳이다. 중구 신당9구역도 지난해 11월 한 차례 유찰에 이어 지난달 재차 입찰공고를 냈지만, 역시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잿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공사비 증액 등을 놓고 조합과 갈등이 길어질 경우 회사가 입게 될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는 지난 25일 토지 등 소유자 전체 회의를 열고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것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은 공사비가 많이 들고 공사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며 계약 해지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의미 있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금리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 크고, 공사비 역시 내려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 장기화할 경우 도심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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