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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5곳 중 1곳이 '좀비 기업'…3년째 이자도 못갚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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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건설현장. 뉴스1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건설현장. 뉴스1

지난해 국내 건설사 5곳 중 1곳이 3년째 번 돈으로 빌린 돈의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세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2년 전보다 27%가량 늘었다.

2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건설사(외부 감사 대상 기업 기준)의 18.7%인 387곳이 한계기업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계기업이란 영업 활동으로 벌어서 이자비용도 감당 못 하는 상황이 3년 연속 계속되는 기업을 말한다.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 미만이면 위험 신호가 켜지고, 이런 상태가 3년 연속 계속되면 자체 생존 능력이 부족해 사실상 좀비 상태로 본다.

건설사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20년 15.8%(305곳), 2021년 17.3%(349곳)로 매년 증가 추세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중소기업은 급증했다. 한계기업에 속하는 건설 대기업은 2020년 46곳에서 지난해 54곳으로 1.7% 늘었고,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259곳에서 333곳으로 28.6%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세종시(50.0%), 제주(34.4%), 경남(29.6%), 광주(28.4%), 충남(22.2%), 대구(21.7%), 경북(20.5%), 서울(19.6%), 부산(18.8%)에서 좀비 기업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일시적 한계기업’은 929곳으로, 건설업 전체의 41.6%에 달했다. 이 비중은 2018년 32.3%(642곳)에서 매년 상승해 4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전체 산업 평균인 36.4%보다도 높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아 정상적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 상태로 진단된다. 국내 건설업계의 이자보상배율은 4.1배였다. 전년도 6.4배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지난해 전체 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5.1배인 것을 고려하면 건설업계의 채무 상환 능력은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건설사들이 코로나19 때 저금리 기조에 따라 투자와 부채를 늘렸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 상승과 고금리로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건설 자잿값이 지속해서 올라 수익률이 악화한 것도 수익성 하락에 영향을 줬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가 반등하지 않으면 내년 이후 건설업체의 전반적인 부실은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미 상당히 진행된 공사가 중단되지 않도록 업계의 유동성 공급을 현실화하고 부실기업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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