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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표" 자랑한 北지방선거…찬·반 투표함 따로 놓고 비밀투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도·시·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을 맞아 함경남도 제55호 선거구 제26호 분구 선거장에서 선거에 참가했다고 2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도·시·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을 맞아 함경남도 제55호 선거구 제26호 분구 선거장에서 선거에 참가했다고 2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선거에서 반대표가 나왔다는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가 28일 나왔다. 북한 선거에서 반대표가 나왔다는 북 관영매체 보도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법에 따라 2만7858명의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과 일군들이 도(직할시), 시(구역)·군 인민회의 대의원으로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직전 선거인 지난 2019년 7월 21일 선출된 대의원 수는 2만7876명으로, 이번에는 이보다 18명 감소했다.

통신은 이어 “전체 선거자의 99.63%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해외 체류 중이거나 먼바다에 나가 투표하지 못한 선거자가 0.37%, 기권한 선거자가 0.000078%”이라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투표자중 도(직할시) 인민회의 대의원후보에 대해 찬성 99.91%, 반대 0.09%이며, 시(구역)·군 인민회의 대의원후보에 대해선 찬성 99.87%, 반대 0.13%였다.

이례적인 반대 투표율 0.13% 공개 보도는 선거가 민주적으로 치러졌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최근 선거인 2019년 7월 진행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99.98%가 투표에 참여했고 100% 찬성했다.

같은 해 3월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선거 때도 유권자의 99.99%가 선거에 참여해 역시 100% 찬성률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비밀투표가 보장됐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어느 쪽에 투표했는지 알 수 있도록 녹색(찬성 투표함)과 빨간색(반대 투표함)으로 된 두 개의 투표함이 설치됐다고 전했다.

북한의 지방인민회의는 우리의 지방의회 격으로, 인구비례에 따라 4년마다 선출되는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이번 선거는 지난 8월 선거법 개정 이후 처음 치러진다. 북한은 대의원 최종 후보 한 자리를 두고 두 명이 경쟁하는 제도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다.

통일부 “투표 방식 등 민주적 선거제도와는 거리 멀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룡성기계연합기업소에 마련된 선거장을 찾아 찬성투표함에 투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룡성기계연합기업소에 마련된 선거장을 찾아 찬성투표함에 투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통일부는 북한의 도(직할시)·시(구역)·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관련 보도에 대해 “정권 내부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번 선거) 투표율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투표 참여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소위 인민 대중 중심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홍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 대변인은 북한의 선거는 “색상이 다른 투표함에 (후보자에 대한) 찬반을 투표하는 방식 등을 볼 때 민주적 선거제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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