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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옷의 바다 속에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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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본격적인 추위가 들이닥치는 요즘, 카카오톡과 애플리케이션 알림도 질세라 함께 들이닥친다. 겨울맞이 패딩 세일, 블랙프라이데이 니트 세일, 방한용 이너웨어 세일…. 작년 겨울에 옷을 입지 않고 다녔을 리도 없는데 신상품의 유혹 앞에서 못 이기는 척 광고를 눌러보게 되는 것은 마음이 허전한 소비자의 습성이다. 그러나 매해 반복되는 이 일을 그대로 두어도 좋을까.

시즌이 바뀔 때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옷이 세상에 쏟아진다. 올해 벌써 온 동네 사람들이 입을 수 있을 만한 패딩이 세상에 나왔는데 작년 겨울에도 그만큼의 패딩이 나왔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그 패딩은 다 어디로 갔나? 티셔츠와 니트, 셔츠는 전부 어디로 갔나? 매해 바뀌는 트렌드 속에서 못내 헌옷수거함에 넣은 옷은 과연 재활용되었을까?

행복한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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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2023)에 따르면, 그 옷들은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 강둑에 버려지거나 사막에 버려진다. 가나에 사는 소들의 씹을거리가 된다. 플라스틱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은 분리가 어려워 자원으로 활용되지 못한다. 매년 발생하는 섬유쓰레기의 양은 9200만톤에 달한다. 폐기만 문제가 아니다. 2013년 라자플라자 사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옷을 만들다 죽고, 100% 구스다운을 위해 오리는 생후 10주부터 평생 가슴털을 뽑히며, 직물 염색을 위해 매년 물 5조리터가 사용된다. 과잉 생산과 폐기의 문제가 비단 패션업계만의 일이겠냐만은, 패션업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옷은 단순한 생존 도구를 넘어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점이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일을 모두 정당화할 수는 없으리라. 쓰레기옷이 산처럼 쌓인 모습 앞에서, 입던 옷을 기워 입고 바꿔 입는 쪽이 차라리 기후위기 시대에 힙한 일이겠구나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