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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넘은 美 블프지만…'뜨거운 소비' 지속가능성엔 물음표

중앙일보

입력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상점에 블랙프라이데이를 알리는 광고판이 붙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상점에 블랙프라이데이를 알리는 광고판이 붙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최대 쇼핑 행사로 꼽히는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와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 매출액이 예상을 깨고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연말 쇼핑 시즌까지 이런 소비 열풍이 지속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높아지고 가계 저축이 바닥나는 등 곳곳에서 지갑이 닫히는 징후가 나타나면서다.

26일(현지시간) 마스터카드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24일) 온‧오프라인 소매 판매가 전년 대비 2.5% 늘었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이 매출을 견인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블랙 프라이데이 전자상거래 매출이 98억달러(약 12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7.5%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유통업계가 추수감사절 특수를 노리고 확충했던 재고를 할인해 내놓으면서 연말연시 쇼핑 시즌을 알린다.

앞서 유통업계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가 흥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년간 물가가 급속하게 올라 상품 가격이 높아진 데다 평균 할인율이 30% 정도로 크게 높지 않아서다. 블룸버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쌓였던 재고가 지난해 쏟아지면서 대규모 할인이 있었던 반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 할인은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반전은 온라인 쇼핑에서 일어났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전자상거래 매출 중 절반이 넘는 53억 달러가 모바일 쇼핑인데, 소셜미디어 광고 등으로 인한 충동구매가 매출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사이버먼데이(블랙프라이데이 직후 첫번째 월요일) 매출이 전년 대비 5.4% 늘어난 120억달러(약 15조6000억원)를 기록해 온라인 쇼핑 사상 최대 규모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온라인 쇼핑은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코로나19 기간 주목받았던 디지털 시장 성장이 다시 한번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온라인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고 초과 저축이 바닥나면서 전체 소비 심리가 부진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3분기 신용카드 관련 부채가 1조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약 12년 만에 최고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출업체 추심이 강화되면서 저소득층과 학자금 대출 부채가 남아있는 소비층에 문제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NN도 “주택 구입이나 임대에 쓰는 비용이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고, 비주택 부문 대출도 2003년 이후 두 배 넘게 증가했다”며 “올해 말‧내년 초에 소비 붐이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는 올해 11~12월 미국의 온라인 소매 매출이 전년 대비 1% 증가해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는 미 국내총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요소라 소비 둔화는 경기 둔화의 신호탄 격으로도 해석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타이트한 고용시장과 강한 소비 수요가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준 거로 봤다. 마스터카드 이코노믹스 연구소의 미셸 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둔화는 더 균형 잡힌 경제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소비자들이 정상적인 쇼핑 속도에 맞춰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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