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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수사 무마 의혹' 檢, 전직 고검장·총경 강제수사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김용식)가 2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수사 무마 청탁 의혹과 관련해 임정혁 전 고검장과 곽정기 전 총경(변호사)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백현동 개발비리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전직 검·경 간부에게 수임료 명목으로 수억원이 건너간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연합뉴스

검찰은 백현동 개발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를 조사하던 중 이동규 전 KH부동디벨롭먼트 회장에게 검·경 단계의 수사무마를 부탁하며 약 13억원을 건넸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지난 20일 이 전 회장을 구속기소한 검찰은 이 전 회장과 관계자의 휴대전화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임 전 고검장과 곽 전 총경에게 사건 무마를 부탁한 정황을 인지했다. 정 대표는 이 전 회장으로부터 임 전 고검장과 곽 전 총경을 소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곽 전 총경이 약 7억원을, 임 전 고검장이 검찰 수사 초기 단계에 1억원을 수임료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거액의 수임료와 청탁의 대가성을 의심하고 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지난 6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지난 6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함께 대두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 시절 아시아디벨로퍼 등 민간사업자에게 4단계 용도변경을 통해 ‘옹벽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의 특혜를 줬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지난해 4월 감사원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를 한 뒤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거쳐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관됐다. 정 대표는 지난 6월 아시아디벨로퍼 등 회사로부터 480억원을 횡령ㆍ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지난 11월 건강상 이유로 보석으로 석방됐다.

임 전 고검장은 대검찰청 공안 2·3과장과 대검 공안부장을 역임하는 등 검찰 내 ‘공안통’으로 불렸다. 서울고검장, 대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장 등을 거친 뒤 2016년 2월 변호사로 개업했다. 곽 전 총경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장(현 중대범죄수사과),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장 등 경찰 내 수사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9년 경찰을 떠난 곽 전 총경은 현재 법무법인 KDH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검찰은 재판·수사기관의 공무원에게 제공하거나 그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기로 한 행위를 처벌하는 변호사법 110조를 근거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곽 전 총경과 임 전 고검장이 각각 경찰과 검찰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이 아닌 수사 무마를 청탁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곽 전 총경과 임 전 고검장이 실제로 정 대표 측의 부탁으로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적절한 시도를 했는지와 이동규 전 KH부동디벨롭먼트 회장을 거쳐 두 사람에게 돈이 건네졌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본지는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임 전 고검장과 곽 전 총경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고검장과 곽 전 총경에게)금품이 건너간 정황에 대한 확인 차원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며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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