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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아닌 '관리'의 카카오…김범수 "준법·인사·재무 밀착관리를" |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포함해 주요 공동체 CEO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4차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었다. 사진 카카오

20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포함해 주요 공동체 CEO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4차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었다. 사진 카카오

‘계열사 자율 경영’을 강조하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관리’를 주문했다. 김 창업자는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사옥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 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경영 전반을 밀착 관리하도록 제도를 개편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카카오는 직원들과 경영진의 자율을 통해 성장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무책임한 행동이나 도덕적 해이까지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무슨 일이야

이날 회의는 김 창업자가 경영쇄신을 선언한 후 열린 다섯번 째 ‘공동체(계열사) 경영 회의’다. 김 창업자는 “(경영) 관리 프로세스에 느슨한 부분이 있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전 공동체(계열사) 차원에서 준법·인사·재무 등을 밀착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왜 중요해

이날 김 창업자는 ‘준법·인사·재무’ 등의 영역을 구체적으로 짚은 뒤, ‘밀착관리’라는 표현을 써가며 제도 개편의 방향을 짚었다. 그가 회의에서 언급한 ‘느슨한 부분’은 최근의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계열사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 논란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가 지난 13일 검찰에 구속기소 됐다. 이외에도 각종 논란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례로, 가장 최근인 지난 9월에는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김모 부사장의 무분별한 법인카드 사용이 문제가 됐다. 당시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는 김 부사장이 임원용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구입한 것이 내부 지침과 어긋난 것을 확인하고, 보직해임과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후 카카오 측은 뒤늦게 임원진의 법인카드 사용 관련 기준을 명확히 정리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카카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1기 위원들을 만나 카카오의 쇄신을 위한 준법 경영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카카오

카카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1기 위원들을 만나 카카오의 쇄신을 위한 준법 경영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카카오

밀착관리 방안은

그동안 카카오는 각 계열사의 빠른 성장을 위해 각사의 제도나 의사결정에 본사가 거의 개입하지 않고 계열사 경영진 판단에 맡겨왔다.
그러나 이날 김범수 창업자의 주문이 구체적으로 나온 만큼 향후에는 기준과 지침에 따르도록 하는 관리형 경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날 회의 내용을 두고 “카카오 (계열사) 전반의 경영을 허술하지 않고 빡빡하게 관리하자는 취지로, 계열사의 자율을 보장하기 보단 관리하자는 방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 23일 외부 독립 감사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와의 첫 상견례에서도 “카카오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속도를 중요시하며 빠른 성장을 추구해 왔으나,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는 게 미흡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 안팎에선 계열사의 입수합병(M&A), 상장 등에 본사가 이전보다 더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020년부터 약 1년 사이 카카오게임즈(2020년 9월) 카카오뱅크(2021년 8월), 카카오페이(2021년 11월) 등 3개 계열사를 잇따라 상장하면서 문어발식 자회사 중복상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 경영진의 ‘먹튀’ 상징이 돼버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 보상 제도 전반을 경영쇄신위가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다. 앞서 2021년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임원 8명은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뒤 약 90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매각해 주가가 폭락하며 스톡옵션 먹튀’란 비판을 받았다.